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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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인 걸 누구나 안다. 이 앎은 본능에 가깝다. 알고 싶지 않아도 타인과 접촉한 순간 깨닫게 된다.

인간의 손에 쥐어진 여느 도구들과 마찬가지로 언어는 쉽게 무기로 화한다. 주로 다수자들에 의해서. 정상성의 범위에서 나가보지 않았거나, 나가지 않았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실체 없는 총칼로 약자를 억누른다.


이들은 무도하게 소수자의 언어를 강제로 빼앗는다. 의미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꾸어 소수자를 그 언어 안에 가둬두려 한다. 하지만, 이 감옥은 견고하지 않다. 언어라는 개념에 물리적 벽이란 존재할 수 없다.


애초에 이 개념은 한 집단만의 것이 아니다. 탄생부터 모두의 도구로 발명됐으며 예견됐다. 그러므로 빼앗긴 언어조차도 다시 되돌릴 수 있다.


『복수의 여신』은 이 과정을 보여주는 실험장이다. 문자를 이용한 제한된 환경 속에서 언어는 사회적 소수자, 혹은 사회적 약자들의 힘으로 끝없이 변태하고 변신한다. 보다 자유롭고 편견 없는 세상으로의 도약을 위해.


재구성된 땅 위를 발 디디는 것은 결국 독자이다. 그 결과가 이전보다 더 나은 도약인지, 이전만큼이나 가망 없는 제자리걸음인지는 당사자인 독자에게 달려있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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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식 - 우리가 지나온 미래
해원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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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편 뚝딱 본 것 같은 명쾌한 전개. 거침없는 흐름을 가진 무시 못 할 페이지 터너. 익숙한 sf 소재가 익숙한 영화 연출과 만나 대중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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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장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1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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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판본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번역본. 번역의 모양새가 다르면 독자에게 다가오는 작품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휴머니스트가 이제까지 보여준 번역이 좋았던 만큼 앞으로의 출간작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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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게임 도트 시리즈 14
홍지운 지음 / 아작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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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만을 대상으로 한 데스게임이 펼쳐진다. 그런데 ‘죽음‘은 없는.
삶이 게임이라면 게임의 목적은 처절한 생존(승리)이 아닌 즐거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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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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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구조를 좋아한다. 이러한 구조는 캐릭터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데 시간적 여유가 있고 그 덕분에 설득력 있는 이입의 기회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이 위에 독자라면 어느 정도씩 가지고 있을 책에 대한 환상을 덮어씌우면 어떨까.


  『사라진 서점』은 그런 매력적인 요소를 갖춘 글이다. 책이 지닌 낭만성으로 버무려진 진수성찬 같은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애서가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장소와 인물이 곳곳에 등장하며, 열거하는 문학 관련 정보와 갖가지 소문들은 반갑기 그지없다.


  '책의 낭만성'은 분위기에만 의존하여 구현되지 않는다. 장르의 힘을 빌려 서점이라는 장소를 통해 직접 말을 걸어온다. 문자 그대로 서점'에게' 의지라는 것이 존재하며 실체가 있다. 나이 든 여인의 탈을 쓰고 이야기 속의 인물을 직접 연기하면서 주인공들 앞에 과감히 모습을 드러낸다. (장르 소설 속의 탁월한 점쟁이 같은 훌륭한 콜드리딩 실력으로 주인공들에게 책 추천까지 한다. 유명무실한 온라인 서점 추천 알고리즘과는 차원이 다르게.)


  책이 지닌 낭만성의 극대화는 화려한 정보값 때문에 운명론적 필연성을 불러오지만,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문학적 완성도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 꿈꾸던 것보다 더 크고 더 좋은 인생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 책과 독서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 이야기의 모든 요소는 오직 이를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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