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심장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1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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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판본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번역본. 번역의 모양새가 다르면 독자에게 다가오는 작품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휴머니스트가 이제까지 보여준 번역이 좋았던 만큼 앞으로의 출간작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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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게임 도트 시리즈 14
홍지운 지음 / 아작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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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만을 대상으로 한 데스게임이 펼쳐진다. 그런데 ‘죽음‘은 없는.
삶이 게임이라면 게임의 목적은 처절한 생존(승리)이 아닌 즐거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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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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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구조를 좋아한다. 이러한 구조는 캐릭터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데 시간적 여유가 있고 그 덕분에 설득력 있는 이입의 기회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이 위에 독자라면 어느 정도씩 가지고 있을 책에 대한 환상을 덮어씌우면 어떨까.


  『사라진 서점』은 그런 매력적인 요소를 갖춘 글이다. 책이 지닌 낭만성으로 버무려진 진수성찬 같은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애서가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장소와 인물이 곳곳에 등장하며, 열거하는 문학 관련 정보와 갖가지 소문들은 반갑기 그지없다.


  '책의 낭만성'은 분위기에만 의존하여 구현되지 않는다. 장르의 힘을 빌려 서점이라는 장소를 통해 직접 말을 걸어온다. 문자 그대로 서점'에게' 의지라는 것이 존재하며 실체가 있다. 나이 든 여인의 탈을 쓰고 이야기 속의 인물을 직접 연기하면서 주인공들 앞에 과감히 모습을 드러낸다. (장르 소설 속의 탁월한 점쟁이 같은 훌륭한 콜드리딩 실력으로 주인공들에게 책 추천까지 한다. 유명무실한 온라인 서점 추천 알고리즘과는 차원이 다르게.)


  책이 지닌 낭만성의 극대화는 화려한 정보값 때문에 운명론적 필연성을 불러오지만,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문학적 완성도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 꿈꾸던 것보다 더 크고 더 좋은 인생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 책과 독서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 이야기의 모든 요소는 오직 이를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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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의 구원 - 부서진 땅에서도 왕성하게 자라난 희망에 관하여
빅토리아 베넷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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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연결고리는 헐겁다가도 어느 순간 숨이 막히게 조인다. 삽시간에 벌어지는 관계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같은 결말에 다다른다. 누구도 준비하지 못하며 준비할 수 없는 이별.

이별의 형상은 감정과 상황에 따라 돌변하지만, 끈끈한 관계 앞에 찾아오는 건 주로 죽음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들 한다. 그 사실이 고통까지 없애주지 않음에도 수많은 입들이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주문 외듯 외친다.

죽음 뒤에 숨어있던 고통은 남겨진 자들에게 자비 없이 쏟아진다. 절망과 슬픔을 떠넘기고 무책임하게 우리 곁에 머무른다. 그렇게 고통은 문득 떠오르거나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영원히 자취를 남긴다.

익숙해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강제적으로 고통과 함께한다.

슬픔은 우리와 함께 산다. 그래도 나는 그것이 우리의 나날을 몽땅 차지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 233쪽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여생의 길이를 모른다는 듯이 걸어가야 한다. 그러다 어느새 우리의 발이 떠나간 자들의 발자국과 겹쳤을 때, 기시감과 미시감 사이를 헤매며 누군가의 고통으로 남겨져야 한다.

그것이 남겨진 자들인 우리의 길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들풀의구원 #상실 #회복 #야생초 #정원 #가드닝 #에세이추천 #감동에세이 #실화에세이

웅진출판사 https://blog.naver.com/wj_boo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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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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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구덩이에 빠져 있다. 차별과 혐오라는 오물이 끝없이 쌓이며 폭력이라는 가스를 내뿜는 구덩이에 있다. 우리 중 누구도 바깥으로 빠져나가 본 적이 없다. 나갈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합리화라는 무기를 휘두르며 그 상태 그대로 머무른다.


  주인공 재일은 주어진 것 없이 사회로 내던져진다. 그리고 그 사회는 어떤 포용 없이 다시 그를 내뱉는다. 장소가 달라져도 어느 곳에서나 이방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사실은 누가 만든 것인가. 누가 그를 이방인으로 만든 것인가. 피부색 말곤 다를 게 없는 주변의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만든 시스템이다.


사람들은 선한 얼굴로 사람을 벤다. -195쪽

 

  피부색, 종교 등의 이름 아래 학살은 너무도 쉽게 합리화된다. 편견으로 가득 찬 폭력은 일종의 놀이로 변모한다. 조롱과 모욕은 장난에 불과하고 피해자는 용서를 강요받는다.

  가해자는 다수이며 이들의 손에는 언제나 칼이 들려 있다. 이들은 하찮은 주관으로 소수자를 감별하고 그들을 향해 칼을 놀린다. 행동의 동력은 너무나 가볍고 결과는 한없이 끔찍하다. 가해자의 변명은 들어줄 가치가 없음에도 무겁게 취급된다. 이 앞에서 피해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시스템과 싸워야 했다. 인식에 대항해야 했다. 그런 걸 어떻게 이기나. 주먹을 휘둘러도 닿지 않는 존재를. 말을 해도 듣지 않는, 귀가 없는 존재를. - 287쪽


  기울어진 저울을 되돌리는 건 약자인 피해자의 몫이 아니다. 저울을 들고 있을 다수자들. 이 모든 것을 방관하거나 동조한 자들. 자신은 안전지대에 속해 있다고 착각하는 자들.

  모두가 오물 구덩이 속에 있는데, 자신은 깨끗하다는 어리석은 믿음은 영원할 수 없다. 예외는 없다. 누구도 구덩이 속을 빠져나갈 수 없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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