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로 길러진 아이 - 사랑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희망을 보여 준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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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로 길러진 아이라는 충격적인 제목은 한 번 스치기만 해도 벌건 상처를 입힌다내게는 비호감에 가까울 정도로 아픈 제목굳이 들추어보지 않아도 아이에게 남았을 끔찍한 상처를 읽는다역시 그렇다이 책의 주제는 아동 트라우마그중에서도 학대의 기억이다물론 작은 트라우마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그러나 영아기와 아동기는 결정적 시기다이 시기에 인체는 급성장을 이룬다그 몸에 지령을 내리는 뇌 역시도
 
개로 길러진 아이는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 소아정신과 전문의이자 아동 트라우마 아카데미 선임 연구원인 브루스 페리가 자신의 임상 케이스를 엮은 책으로뇌과학을 근거로 한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끔찍한 체험으로 이미 변형되거나 미성숙한 아이의 뇌는 차후에 교정하기가 너무나 어렵다이전의 학대를 불러일으킬만한 아주 작은 자극으로도 공격적회피성 행동을 보였고특히 방치 아동은 감정의 교류가 불가능한 부작용을 보였다심각한 경우에는 의학적 치료나 교정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뇌가마음이 망가져 버렸다
 
번번이 자극적인 용어에 시선이 걸린다. ‘소시오패스’ 이들의 지적 능력은 대개 뛰어나다사회적 상호작용을 쉽게 기억한다겉으로 보기에 사회생활을 잘 (따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이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오직 이득만을 계산할 뿐이다이 이득이 그들을 휘두를 때 사람을 끔찍하게 해치기도 한다이들은 현재의 과학심리학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아이의 뇌 성장에는 생후 3결정적 시기가 중요하다.’ 생후 3년간 성인 두뇌의 85퍼센트까지 자라나는 이 뇌는 이 시기 적절한 자극을 순차적으로 받지 못하면 들쑥날쑥 불완전하게 자라날 뿐이다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교과서적 지식이란 말이 정확한 게실제로 나는 이 정보를 가정 교과서를 통해 배웠으며 이후 삼십 년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다이 지식은 명확하나 내 반응은 어떠한가나 역시도 가끔 묻는다왜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는 거지왜 이렇게 외로워하는 거지왜 이렇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거지왜 이 말에 필요 이상으로 상처 입는 거지왜 저 말에 욱하는 거지… 물 흐르듯 살아가다가 편안함 대신 툭거슬리는 어떤 반응이 뛰어나올 때 나는 묻는다나에게 이와 관련된 상처가 있었던가?
 
비교적 평탄한 환경에서 자라난 나조차도 겪어온 크고 작은 상처를 확인한다그러니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은 어떠할까브루스 페리가 만난 아이들은 어렵게 상담을 결정한다그들에게 치료를 결심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의사조차도 신뢰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그나마 이 임상 사례에 실린 아동들은 대부분 성공 케이스다기를 쓰며 자기 트라우마를 이겨내고자 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들은 완벽히 편안해질 수 없다불에 덴 듯한 고통이 뜨끔한 고통으로 줄어들 뿐이다언제나별수 없이, 평생 자기 상처를 확인하며 살아가야 한다그런 그들에게 사회적 관계에서 보통의 반응을 기대하는 게 정당할 리 없다그걸 요구하는 건 잔인한 일이다그러나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그들의 이마에 아동학대 피해자라는 표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그러니 정답은 하나다그저 일단 따뜻할 뿐그 누구라도
 
우리는 늘 급하다먹고사는 일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있어서도책을 덮으며 나는 내 마음도 먼저 다독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알 수 없지만 누구라도 있다마음에 난 스크래치는 눈에 띄지 않지만 수이 아물지 않는다뇌의 푹 꺼진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나에게나 타인에게나 차근차근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지금의 부족함과 아쉬움을 천천히원래 그 자리로 돌려보내는 것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소망한 것은 하나누군가와 단단한 관계를 맺게 되었을 때 따뜻한 울타리와 신뢰할 수 있는 믿음을 주고 싶다는 것뿐아이거나 어른이거나 어떤 방식으로건 내가 결정한 관계라면 그렇게 해 주고 싶다나 하나라도 그런 환경이 되어 주고 싶다나 하나라도 백 명의 든든함을 느낄 수 있는 무엇이 되어 주고 싶다이 마음이 거짓이지 않기를 오랫동안 바라 왔다나는 이 마음을 믿는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가장 좋은 치료는 치료하지 않는 것임을 배웠다대신 자연스럽게 나와 같은 치료사와 아이숙모와 겁에 질린 소녀조용한 텍사스 경찰과 흥분하기 쉬운 소년 사이에 건강한 관계를 형성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다윗 파의 악몽 후 가장 회복이 빨랐던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가장 적게 받은 아이도수용소에서 우리와 가장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었던 아이도 아니었다바로 사건 후 가장 건강하고 사랑이 넘치는 환경으로 가게 된 아이였다그것이 여전히 다윗 파의 방식을 믿는 가족이든 코레시를 완전히 배척하는 보호자든 마찬가지였다사실 심각한 트라우마 피해 아동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정확하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가장 효과가 큰 방법은 아이의 삶에서 관계와 질의 수를 증가시켜 주는 것이다또한 서로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심지어 서로의 목표가 충돌하는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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