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살롱 - 10개의 테마로 만나는
유경희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한때 나를 벨 사방(Belle Savante)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었다세상에… 머리가 텅텅 빈 나를 그렇게 불러주다니고맙고 또 고마웠다나는 주제 파악이 특기인 인간이다내 얼굴과 두뇌 수준과 그 안에 든 정보량을 잘 알고 있으니나는 감히 얻을 수 없는 호칭을 주워얻다니! ‘벨 사방은 미모의 학식 있는 여성이면서 18세기에 예술과 철학이 자라나도록 하는 살롱을 열던 여자다일단 미모는 확실히 빼고다음에 학식도 좀 덜어내고 나면 양심에 덜 찔리지 않을까그러고 나니 좀 안심이 되었다그래서 내가 선택한 책은 아트살롱, ‘벨 사방 마담 퐁파두르가 표지를 장식한 유경희 작가의 책이었다
 
예술은 시대를 반영한다그중에서도 그림은 사진처럼 문화의 한순간을 포착한다아트살롱은 결혼아이요리정물패션살롱카페여행축제후원이라는 10개의 테마로 그림을 고르고그림과 함께 시대상과 문화위인화가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이 테마가 시대별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림 한 장 한 장 안에 든 문화적 요소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시대 이야기를 하는 게 이 마담유경희의 역할이다그러다 보면 과거와 현재는 다름과 닮음을 구별하며 새로운 오늘의 눈을 뜨게 된다
 
그림으로 읽는 교양(敎養) 사전, 그것이 이 아트 살롱이다책에서 언급된 살롱 이야기를 여기에 몇 줄 옮긴다당대의 여자들이 남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발코니에 나가 앉아 있는 것밖에 없었다살롱이 생기면서 상황은 급변했고여성들은 가정학교수도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사교문화와 토론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살롱은 여성들이 타인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기에 무척 소중했다.” “살롱의 여주인이 되는 것이야말로 여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입지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었다남자들도 성공하고 싶다면 유력한 살롱의 여주인들에게 낙점돼야 했다.” 살롱은 모든 교양의 백화점이다. 음악가와 미술가, 철학가와 사회학자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싸우며 서로 배우고 즐거워하는 장소. 그러다가 일어서 거리로 나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혁명까지 다다르는 일. 이 모든 것은 아름다움이고 총명이며 기쁨이고 힘이다. 즐겁고 가치로운 일, 이런 일들이 살롱에서 일어난다. 

잠시나마 살롱의 마담이 되는 일은 예술정치와 철학을 거머쥔 권력자가 되는 일이다꼭 이 밀도 높은 책이 아니어도 좋다문명 겉핥기라도 좋으니 살롱을 여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그러다 보면 이 모든 것에 푹 빠져들어 좀 괜찮은 마담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언젠가 마담 퐁파두르처럼 대단한 살롱 마담 흉내를 낼 날이 오리라 믿는다. 후훗!

이 시대에 결혼이란 여자들에게는 둘도 없는 취직자리였다. 당시에는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거의 없었고, 보통 여자들은 수녀, 아내, 창녀 세 가지 직업이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전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 그의 예술에는 결혼하여 평범한 일상에 매몰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신의 경지가 있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은 그저 만물에 갇혀 있는 형상을 붓 혹은 조각칼로 떨어내기만 하면 된다고, 모든 사물은 신의 분유分有물이고, 자신은 그저 신의 중재자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진정 ‘신의 애인’이었다. 미켈란젤로 정도 되는 예술가는 진정 신과 결혼한 예술가 혹은 예술이라는 신과 결혼한 자일 것이다. 신新 플라토닉 러브인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덜란드 정물화는 의인화된 알레고리다. 특히 정물화의 내용은 하나의 텍스트처럼 재구성하여 읽을 수 있다. 네덜란드 특유의 종교적 배경 아래 제작된 정물화는 교훈과 훈계, 즐거움이 결합되어, 예술이란 즐거운 것이어야 함을 설파했다.

살롱 문화는 로코코 양식과 불가분의 관계다. 로코코 양식에는 궁정과 귀족사회의 환락과 방종이 스며들어 있으며, 이성의 모든 법칙을 무시하고 유희적인 선들과 과도한 풍부함 등이 특징이다. 개인생활에 적합한 감각적이고 쾌적한 미감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 탓에 로코코 시대에는 회화나 조각 같은 순수미술은 발전이 더뎠고, 실내장식과 패션, 액세서리를 비롯한 공예가 첨예하게 발전했다. 로코코 시대는 친밀한 삶의 영역을 치장하는 장식예술의 시대였다.

카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예술가들의 만남의 장소였다는 점이다. 약속을 하지 않아도 카페에 가면 언제라도 동지를 만날 수 있었다. 예술가들에게 카페는 작업실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혹은 미술학교를 대체해주는 요긴한 공간이었다. 그들은 삶이 생생하게 꿈틀대는 현장, 역동적인 삶의 현장으로서 카페를 필요로 했다.

19세기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에는 미술 대전과 같은 공모전이 있었는데, 수상의 특전으로 이탈리아로 유학을 보내주거나 여행을 시켜주는 일이 흔했다. 프랑스 화가 앵그르는 라파엘로의 환생이라고 할 정도로 고전적인 화면을 구사했는데, 그것은 그가 로마 상을 받고 로마로 유학을 가서 받은 영향 덕분이었다.

책은 담배보다 훨씬 더 중요한 소재다. 중세 시대에 사람들은 세계를 ‘읽을 수 있는 책’처럼 여겼다. 세계는 신의 의지가 실연되는 무대였다. 책은 통상 세속적 지식과 인간적 성취를 상징한다. 원래 책은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인류의 경험과 지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바니타스 정물화에서 책은 해골과 함께 자주 나타난다. 해골 아래 놓인 낡은 책은 지식과 지혜도 결코 영원한 진리가 될 수 없음을 뜻한다. 세태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은 현실에 전혀 지침이 되지 못하는 책을 퇴락한 지식이나 쓸모없는 쓰레기로 보았을 것이며, 어떤 이들은 책을 곧 어둠 속으로 묻힐 모든 허무 앞에서 낡은 형태로나마 지속되고 있는 영원한 진리로 감지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죽음 앞의 책은 무용지물, 헛되고 헛된 것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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