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 막이 내리고 비로소 시작되는 아버지,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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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욕기생(愛之欲基生)’ 논어 12권 10장의 이 구절을 나는 사랑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다’ 사람은 언제 살아있음을 자각하는가. 단언컨대 사랑할 때다. 사랑받을 때다.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사람은 자기 생명을 축복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한 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사랑은 탐구다. 사회학자 노명우가 열심히 모으고 제시한 영화와 노래의 파편이 아니라면 이 책은 특이점이 없고, 여기 서술된 ‘그들’의 이야기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일제강점기에서 전쟁, 산업화를 지나는 굴곡 많은 시기다. 남자는 여자를 만났고 아이를 넷 낳았으며, 가부장적인 남자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고 크게 반항할 수 없는 여자는 아이를 위해 인고의 시간을 거치고 아이 넷은 성장한다. 갑남을녀(甲男乙女) 선남선녀(善男善女)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비슷하다. 그러나 넷째 아이가 1924년생 노병욱 요셉과 1936년생 김완숙 세실리아의 삶을 사랑으로 가까이 가 탐구했을 때, 두 사람은 특별한 인생 책이 되었다.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닌가, 나의 곁을 나의 사랑으로 만들고파 먹고 마시고 움직이며 하루하루를 맺어가는 것이 아닌가.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을 다 쏟아 사랑한다. 자기의 재능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자기 재능으로 누군가를 정성스레 빛낸다. 그를 생생하게 살게 한다. 노명우에게는 그것이 자기 학문이었다. 글이었고 사회이미지였다. 자기가 쌓아온 인생 자원으로 잘 보이지 않는 부모를 탐구한다.

사랑은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 중년의 노명우가 부모의 사망을 눈앞에 두고 (아주 늦게) 새로운 사랑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듯, 언제든 사랑은 시작되고 정성어린 과정을 거쳐 맺어질 수 있다. 어느 때고 늦지 않은 게 사랑이다. 정성을 들인다면 사랑은 사랑다워진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정성을 들이는 것이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랑하기 딱 좋은 노명우의 지적·심적 자원이 심히 부럽다. 나는 무엇으로 어떻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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