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앨리 스미스 계절 4부작 1
앨리 스미스 지음, 김재성 옮김 / 민음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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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설렘보단 불안으로 다가오는 세상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을 잔뜩 웅크리고 날을 세우게 되었다. 그전만큼 내 이웃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진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잘못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다. 타인을 어렵지 않게 판단하고, 곧 지적하고, 질책했다.

  기억에 남는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블랙 위도우가 자신을 희생하는 과정에서 호크아이에게 ‘I don’t judge people on their worst mistakes.’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호크아이는 자신의 가족들을 사라지게 한 타노스에 대한 원망으로 사회악 집단을 대규모 학살한다. 이는 명백한 살인으로, 감독은 관객들이 재단에서 호크아이가 희생되어야 한다고 믿게 한다. 그렇지만 블랙 위도우는 그의 잘못을 `mistakes(실수)`였다고 말하며 그의 잘못이, 아니, 그의 실수가 블랙 위도우를 대신하여 죽어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음을 암시한다.

  우리는 타인의 잘못을 얼마만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타인의 잘못을 실수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타인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는 있는 걸까. 대니얼을 따르고, 혼수상태에 빠진 대니얼의 곁을 오래도록 지켜온 엘리자베스는 간병인과 대화하던 도중에 자신이 대니얼을 얼마나 잘 알지 못하고 있었는지 깨닫는다.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누구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 다만, 알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모른 척 해왔던 진실은 우리가 판단하고, 지적하고, 질책한 그들과 우리가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모두 인간이며, 사악한 것이든 정당한 것이든 인간의 모든 것이 우리에게 이질적이지 않다는 게 `앨리 스미스`의 생각이다.

  <가을> 1장에서 대니얼이 꾼 꿈처럼 우리는 어쩌면 서로에게서 떨어져서 의미 없는 휴가를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눈앞에 있는 것, 일어나고 있는 것,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 우리의 이웃들을 슬프게 하는 모든 일을 또렷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읽을 필요가 있다. 습기와 한기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 누군가가 건넨 온기를 한 번이라도 느껴본 적이 있다면, 따스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이 또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기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잔혹한 담장을 포격하기. 타인을 바라보며 말하기.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니 참 좋군요. 반갑습니다. 뭘 읽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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