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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평점 :
너의 위험 넘치는 정직을 응원하라
고등학생 때, 강신주를 알게되면서 그의 프로필을 보며 생각했다.
직업이 무엇인가요, 혹은 어떤 일을 하세요 같은 질문을 받았을때
네 저는 철학자입니다. 라고 말하는 기분은 어떨까
그만큼 나에게 철학이라는 분야는 굉장히 심오하고,
알기 쉬운 말을 일부러 돌려서 말하는 장르의 소재였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인문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강신주는 내게 너무나 친숙하게 다가왔다.
특히 이번에 그가 집필한 소재는 감정을 다루고 있기에 더욱 더 그러하다.
이 책은 쉽게 말해 몇가지 짜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감정에 대한 스피노자의 정의
2. 그 감정을 주제로 혹은, 그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난 세계문학을 소개하며
좀 더 알기 쉽게 서술
3. 문학작품을 쓴 작가의 짧은 프로필, 작품의 짧은 구절
4. 저자의 어드바이스
하나의 감정마다 이렇게 기승전결을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감정을 다른 말로 재해석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위의 사진처럼 '멸시'를 사랑이라는 감정의 막다른 골목으로
해석한다든지 좀 더 사랑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에 집중한다.
냉철한 철학자라면 사랑을 호르몬에 휘둘리는 찰나의 감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신주는 그렇지 않았다.

책보다 얼마전에 방송한 힐링캠프에서 그의 강연을 보고
강신주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강신주의 강연은 시청자 특집으로 진행되었는데,
실제로 매우 개인적이지만 그렇기에 우리 모두에게 있을 수 있는
비슷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래서 좀 더 시청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와닿았던 사연은
내 또래 여대생의 사연이었다.
첫연애로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화가 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문제가 있어도 화를 내지 못하겠다는 이 여학생.
왠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좋아하는 마음처럼
그 사람을 잃을까봐 두려운 마음도 점점 커지게 되는게 사실이니까.
그래서 지금은 조금 외롭고, 속상하지만 안전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것이
여자의 마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신주는 말했다.
언제까지 그럴건데?
안전한 외로움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파국의 위험이 있더라도
나의 맨얼굴로 살 수 있는 정직함을 택할 것인가.
직접 저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처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나조차 그렇지 못하고 나의 맨얼굴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나 역시 타인의 맨얼굴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힐링캠프 강신주의 강연을 통해 느꼈다.
생각보다 내가 많이 알지 못했던 유명한 세계문학들이 많아서
세계문학을 읽고 싶은데 무엇을 읽어야할지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또한 감정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기때문에
심리학이나 감정에 대해 좀 더 문학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