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 - 몸에 관한 詩적 몽상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처음 김경주의 시를 접했던 건 아마도 대학생 새내기때였을 것이다

손에 덩그러니 들려진 이 시를 어떻게 해야하나,

정말 이건 무엇인가, 나는 당황했다

그의 시는 난해하지만 직설적이었고,

모호하지만 시각적이어서 알듯 말듯 애간장을 태웠다

그것이 한권, 두권 거듭되면서 그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은 『밀어』다

 

『밀어』는 김경주의 시심을 훔쳐보는 책이다

그의 시를 읽을때마다 이런 시어들은 어디서 나올까,

이런 시적 상상력은 어디서 증폭되는 것일까, 궁금하곤 했다

김경주는 『밀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아주 비밀스러운 광경을 제시한다

그것은 몸으로부터 시작된다

 

 

손가락들은 자신들의 은유를 정당화하면서 철저한 독거를 위해 준비된 자들의 침묵처럼,

시간의 창공에 떠있다. … 작곡가는 악보 위에 놓인 손가락을 멀리서 들으며 그 악보를 따라가는

단 한 사람의 손가락을 자신의 사랑이라 부른다. … 다락방에 숨은채 아이가 가지고 놀고 있는 수은처럼,

그것들은 너무나 아름다운 미로를 품고 있다.


'엄지, 피아노가 선택한 손' 중에서 ―

 

 

『밀어』는 단언컨대 '몸'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한번 책을 펼치면 밑줄 치고 싶고,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두고 싶은 곳들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내가 이 책에 대해 감히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고 난 후, 내 몸이 다르게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사소한 풍경들을 낯설게 보게끔, 너무나도 생경해서 내가 서있는 이곳과

내가 보고있는 이것들이 정말 맞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시인이 바로 김경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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