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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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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릎팍 도사에서 나온 안철수 교수를 보다보니 퍽 오래 전의 책인데도 떠오르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오래 전 직장 생활을 할 당시에 나의 보스가 한국사람들에게만 주었던 선물이었는데 책 제목도 '선물'이였다.
익히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로 선풍을 일으켰던 스펜서 존슨의 책을 이미 봤던터라 알고는 있었더라도 원체 피부에 닿지 않고 식상하기까지한 좋은글들이나 잠언등은 나의 굳어진 마음을 여유롭게 열지 못하는 이유로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잠언들이란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수많은 돌들중에 많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다져지고 골라져서 남은 금강석과 같은 말들이다.
그렇다한들 내 마음에 어떤 계기도, 안철수 교수의 말대로 그 어떠한 운이라도 받을 자세로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금강석인들 나에게는 그저 길에 굴러다니는 평범한 돌들에 불과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소년이 성장하면서 격게되는 실망과 좌절에 대해, 한 동네에 사는 노인으로부터 지혜로움을 배우고 깨닫게되는 과정을 담은 일종의 자기계발서이다. 하루만에 다 읽어버리고는 오너가 왜 이 책을 우리들에게 선물을 했었는지 조금 짐작이 되어졌더랬다.
사실 이 책은 대다수의 직장인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며, 어떻게보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느낌과 함께 극단적으로 말하면 세뇌를 당한다는 느낌도 없자나 들었던 책이였기에 깊게는 빠져들지 않았던 거 같다.

하지만 이 티비프로로 인해 안철수 교수의 모습과, 한 때 나의 오너였던 그녀의 경영철학이 어렴풋이 오버랩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CEO인 그녀가 안철수 교수와 비교될 만큼 좋은(?)사람은 아니였더라도 최소한 고용인을 어떻게 지휘하고, 통솔을 해야하는지는 어쩜 이 교수보다 더 깊은 안목을 지닌 여자였다라는건 인정을 하기에 뜬금없이 이 상황에 그녀가 떠 올랐을 거다.
독하다싶을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한 CEO였다.
자신이 목표한 것이 정해졌다면 그것을 향해 많은 좌절과 함께 끝을보는 성격이었다.
글쎄, 그게 성격이라기 보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생활하면서 본건 그녀의 '의지'였던거 같다.
그리고 그것은 늘 계획된 삶 속에서 진행이 되었더랬다.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행운이 따르는 경우를 제외하곤 미래에 대한 철저한 계획 뿐이지, 라고 노인은 젊은이에게 말했었다.
그리고 안철수교수 역시 성공된 삶은 운도 따랐지만, 그 운을 받기위한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했다.

그 선물이 무엇인지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 주는지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당신은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잊었을 뿐이다.

나는 다시 내가 잊고 있었던 나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을 해보련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계획을 하고 성실히 준비를 하는동안 비록 그 어떤 운도 따르지않아 이루지 못한다해도 최소한의 그 가치는 나 자신에게 남겨질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덕분에 좋은 계기가 되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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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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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육즙도 적당히 흘러 입안에서 살살 녹는 스테이크를 내가 아무리 좋아한들, 하루에 한끼라도 쌀을 먹지 못하면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것 같은 어떤 허전함과 부족함은 잠자리까지 편하게 만들지 않는 중독성과 마력까지 가지고 있다. 하여, 끝내는 밥 한술 물에 말아 잘익은 총각무와 한입을 가셔야만 편한 잠자리를 보장받을 듯 살과의 전쟁과는 무색한 합리성을 부여하기도 한 쌀이다.   

어떤 책을 읽는 중에 수확(?)된, 그리고 나에게는 처음으로 읽혀진 중국작가 쑤퉁의 쌀 이야기,
지긋지긋할 만큼 잔인함과 악마적인 본성-어쩜 인간 본연의 모습일지도 모를-을 잘 묘사해 낸 이 책을 보면서 치를 떨었지만 그만큼 여운을 남긴 책이다.

중국의 어느 소도시, 한창 근대에서 현대사회로 문화혁명이니 전쟁이니 이념의 차이로 어수선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있지만, 정치적인 얘기는 없다. 대신 ‘대홍기 쌀집’ 사람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극도로 악날하고 추악한 이야기는 과연 인간은 이토록 악한것일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만든다.
인간은 본시 태어나면서부터 이기적이고 악한 인성으로 태어나기에 후천적인 교육과 예로 인성을 바꿀수있다는 순자의 말에도 이 대홍기 쌀집의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홍수로 인해 쌀 한톨도 거둘수 없어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온 우롱,
거지로 전락하여 모진 수난 끝에 오직 하루 세 끼만을 먹기를 바라며 쌀집의 일꾼으로 들어가면서 우롱은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복수의 화신으로 변모하면서 점차로 악마로 변해간다.
그런데 단지 우롱만이 그렇게 변하는게 아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 모두가 악마로 변해가고,세상은 말 그대로 생지옥을 방불케하는 아귀들의 집합소가 되어버린다.

어린 나이에 모피 코트와 순결을 바꾸어버린 후, 그 누구에게나 몸을 파는 쌀집의 큰딸,
그런 언니를 죽이지 못해 악다구니만 쓰는 신경질적인 둘째 딸,
그런 두 딸을 남보듯 하며 오로지 쌀장사에만 미쳐있는 아버지,
차례차례 그 두 딸과 혼인을 하면서 이루어 낸 만큼 자신의 몸은 잃어가는 우롱,
자기의 여동생을 쌀 속에 묻어죽인 첫째 아들,
도박에 빠져 무위도식하는 둘째 아들,
시댁 식구 모두를 죽이려 죽 솥에 비상을 타고 도망친 큰 며느리,
시아버지가 빨리 죽기만 바라는 둘째 며느리,
우롱을 꼭 닮은 악귀 조카,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선(善)은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런 단어가, 그런 말이 정말 있기나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극악무도하다.

하지만, 그 세상은 사실 애써 아름답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며,
부정하고 싶어지는 나의 본성은 바로 물질로 지배되는 인간 본연의 본성일 것이다.
여전히 치가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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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류소연 옮김 / 다른우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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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설다..그리고 너무나 차갑다. 너무나 차갑고, 설어서 적응하기가 너무나 힘들고 특이한 책이다. 이 책 한권을 다 볼 때까지도 그 인상은 지울 수가 없었다.
문장이 어려운건 아니지만 뚝뚝 떨어지는 듯한 말투며 두번씩 반복되는 문장들, 그 뒤에 바로 반대말로 이어지는 문장들.. 한국에서도 이미 유행을 탓었던 '사오정 개그'를 자꾸만 연상시킬만큼 문장의 앞뒤가 안 맞는거 같으면서도 아무렇게나 쓰여진 딱 한줄의 문장 안에 독설 담긴 은유와 의미를 함축한 것을 볼때는 작가에 대한 외경심까지 들 정도니, 2004년의 노벨상 작품이라니 역시 그럴 만하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적어도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일거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두 여자를 통해서 얘길한다. 도시 여자인 브리기테와 시골 여자인 파울라,
비교적 수준 낮은(?)주인공들로 인해 읽는내내 여자로 태어난게 한스러울만큼 비참한 생각을 안할 수없게 만드는 얘기들이 슬프게도 너무나도 잔인하단 생각까지 든다.
이 책이 쓰여진 1975년이라도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공감이 가질 않는부분이 없잖아 있는데, 작가는 왜 이렇게 우리들에게 독설적인 방법으로 얘길하려 했을까..?

'누군가 운명을 소유하고있다면 그것은 남자이고, 누군가 운명을 얻는다면 그것은 바로 여자이다'라고 책 표지에 써 있는 말처럼 두 여자는 각각의 연인들로부터 무모하게 자기의 운명을 건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도시의 속옷공장의 여공 브리기테, 그럴만한 위치의 연인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정 결혼을 통해서만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는 우매한 여자이다.
사랑을 꿈꾸는 농촌출신의 15살짜리 소녀 파울라는 모터싸이클만 좋아라하며 모자라지만 잘생긴 벌목공인 23살의 연인에게 반해 덜컥 임신을 하게 되버린 철없는 순수녀이다.

마침내 브리키테는 그 연인을 수준 높은(?) 또다른 연적으로부터 쟁취를 하고 원하는데로의 신분상승을 하게 된다. 진정 그모습이 자신이 원하는 미래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런대로 만족을 하며 사는거같다. 어린 파울라는 처녀의 몸으로 임신하고 출산하는 바람에, 연인과 결혼까지는 하지만 남편의 무관심으로 인해 창녀가되고 이혼까지 당한다.
두 주인공은 서로를 모른다. 각장의 챕터마다 번갈아 적어놓고, 브리기테와 파울라는 소설의 마지막에서 만난다. 브리기테가 일했던 공장의 그 자리에서 파올라는 혼자된 몸의 슬픔을 안고 그토록 배우고싶었던 재봉틀을 돌리게 되는거...

책의 스토리보다도 작가의 독특한 기법과 철저한 냉담,
작가자신이 쓰고 있다는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을만큼 작가와 글의 거리감이 이상하다.
페니미즘 작가라면서 여자를 서술하는 방법이 너무나 잔인하고 직설적이라 소름이 다 끼친다.
두 주인공들의 우둔함과 비참함을 보고 각성을 하자는 의미일까..?
아무튼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닌 듯 싶다.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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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개성상인 1 - 물의 도시로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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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의 거장인 피터 폴 루벤스( Peter Paul Rubens, 1577-1640)가 그린 '한복을 입은 남자 ' 라는 그림이 있다. 성화만을 주로 그렸던 그가 그린 이 그림을 처음봤을때 뭐랄까... 좀 의아하고 신기하기까지 했더랬다.
그 오래전에 한국이란 나라가 존재한다는 사실만도 알기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서양 화가가 조선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모델로 그림을 그렸을까..?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사람이 유럽에 존재했었다는 말인가..? 하며 호기심이 일었지만, 이내 그 궁금증은 시간과 함께 사라지고 나중에 이 책과 함께 다시 만난 그 기쁨이야말로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그림은 1617년에 그려진 것으로 검정색으로 스케치를 하고 입술과 코와 귀부분이 붉은색으로 그려져 있다. 그 후 1983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드로잉으로는 최고가인 32만 4천 파운드 (약 6억5천만원)에 미국 LA의 폴게티 미술관에 낙찰되었고, 미국으로 옮겨지면서 제목이 '한복을 입은 남자(A Man in Korean Costume)'에서 '조선사람 혹은 한국남자 (Korean Man)' 로 바뀐 이 당차보이는그림속의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 그림속의 남자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실도 정확히 밝혀진게 없기에 그져 보는이로 하여금 상상을 하는 수 밖에..

1) 피렌체 사람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의 기록에 의하면, 자신의 일본 여행길에서 당시 임진왜란 포로였던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사람을 데리고인도를 거쳐, 아프리카를 돌고, 고향인 이탈리아 피렌체에 도착했다고 썼다.
2) 그는 매우 총명했고 그곳에 도착한 후에 자유인의 신분이 되어 로마로 떠났다고 했다.
3) 이 그림 속에 남자는 루벤스같은 거장을 초청하여 자신을 그리게 할 수있을 만한 신분과 재력을 가진 소유자일 가능성으로, 당시 루벤스가 베니스에서 잠시 활동을 했다는 점과,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안토니오가 베니스에서 활동했으리라는 추측,
4) 지금도 남부 이탈리아의 알비라는 작은 마을에 '코레아'라는 성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그 모두를 종합하여 작가는 조선시대 이탈리아로 건너간 유승업이라는 한 남자가, 그 당시 지중해 무역을 주름잡은 한국인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사람과 동일인물일거란 추측으로 이책을 쓰기 시작했다.
유승업은 그렇게 400년이란 시간을 넘어 나에게는 신화와 같은 인물로 다가왔다.

위에 열거된 점 외에는 모두가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사실이나 아니냐를 떠나서 책이 빨아들이는 흡입력은 대단했다.
개성상인의 아들인 유승업, 그는 송상으로 크기도 전에 당한 임진왜란으로 고아가 되고, 후에 수군이 되어 일본과 전투중에 포로로 잡히면서 그의 인생의 역경이 시작된다. 일본을 시작으로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은 마침내 그가 안식을 찾았던 이태리 남부의 알리라는 작은 도시까지 오기까지는 다 열거도 하지못할 만큼 수 많은 도시와 나라가 등장하고 그에 맞는 역사적인 사건들과 함께 한다.  

조선인의 타고난 저력과 성실성, 개성상인의 후예로서 비범한 상재(商才)와 지혜로 그 모든 역경과 고난과 맞서 싸우며, 마침내는 유럽상권을 누비는 최고의 상인으로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다분히 신화와 같은 얘기를 창조해냈지만 그에 걸맞는 통쾌함과 스릴, 서스팬스가 넘치는 스토리의 전개가 단 한순간도 손에서 책을 놓치 못하게 만든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이랬던가..?
글 잘쓰는 뒤마도 이렇게까지 다양하게는 쓰지는 못했던거 같다.  

조선사람, 그것도 유승업을 안토니오로 만들어 냈기에 더욱더 감동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한다.
바로 이 한복을 입은 남자를 말이다.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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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하나뿐인 병원
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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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더린이 처음 에티오피아에 도착하여 그곳 의료진으로 부터 들은 '(Fistula)'라는 병, 그녀에게 누는 사소한 호기심처럼 들렸다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이상의 것으로 의료진으로부터 들은 그 예언적인 말을 영원히 잊지 못했다.
"누 환자는 당신의 가슴을 찢어놓을 거예요."

산부인과 의사인 햄린부부가 의료봉사 차원의 3년 계획으로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1959년, 그 후 그들 부부의 발을 평생 묶어놓은 그 처절한 병은 나 역시 신간 책들을 뒤적이다 발견한 이 책을 알기 전에는 '누' 라는 말은 알지도 들어보지도 못했다.
'누' 라는 병은 조혼으로 성숙한 어른이 되기도 전에 임신을 하여 죽은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입게 되는 대장과 방광, 요도 사이의 상처를 말하는데, 그 상처는 순식간에 구멍을 만들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소변을 제어할 수 없이 흘러내리게 만드는 무서운 병이다.
결국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아 평생 수치심과 외로움으로 비참하게 살거나, 죽을 수 밖에 없는 여자들이 있다. 그곳엔 대개가 태어나면서부터 정혼자가 정해지고, 거래(?)가 정해지면 8살에 약혼하고, 12살에 결혼하여 시집에 들어가 노예처럼 살다가 15세 미만에 임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료혜택은 전무하고 영양상태 또한 최악인 미숙아들의 임신이란...!! (초등학생 4-5학년 정도의 성장 발육이나 될까..? 나에게는 너무나 충격이고 무서움으로 다가왔다.)
그로인해 그곳의 산모 사망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사망하는 산모 1명당, 누 환자의 발생률은 10명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유일한 자식을 사산하고, 실금을 슬퍼하며, 몸에서 냄새나는 것이 부끄럽고, 종종 남편에게 쫓겨나며, 집도 없이, 들일 외에는 일자리가 없는 이들은 친구도 없이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며 존재한다. 이들은 말 못하는 부끄러움 속에서 슬픔을 참아낸다. 치료받지 못한 그들의 비참함은 절규한다. 외롭게 평생 동안..."

이렇듯 문명의 혜택을 가장 늦게 받아들인 아프리카 땅은 아직도 식량기근과 물기근으로 수만명씩 죽어나가고, 쿠테타에 죽어가고 의료 혜택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오지의 땅이다. 그 중에 1960 - 2000 초까지 에티오피아의 실상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50년간 3만2천명의 누 환자를 살려낸, 살아있는 '마더 테레사' 라 불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인 캐서린 햄린의 자전적 에세이랄 수 있는 이 책은 에티오피아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그녀가 격어온 드라마틱한 삶을 400 페이지로 얘기하기엔 사실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문체는 그 어떤 미사여구도 없이 단순하고 간략하지만 그 어떠한 책보다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이 의사부부의 헌신적인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레지널드 햄린(Reginald Hamlin, 1909 - 1993.8.6) 일명 '레그' 박사
캐서린 햄린(Catherine Hamlin, 1924.1.24 - 현재 ) 박사 

1959년 에티오피아 체하이 공주 기념병원에서 3년간의 의료봉사를 위해 도착한 이 부부의 나이는 51세, 36세 였다.
그들의 처참한 누 환자의 현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자신들의 전재산을 털어 누환자들을 위한 병동을 만들고, 1974년 기부금을 통해 무료병원인 '아디스아바바 누 병원' 을 개원하면서, 치료뿐만 아니라 온세계의 산부인과 의사들의 교육기관 역활도 하고 있다.  


캐더린 부부의 기부금 모음방식 또한 눈물겹다. 자신의 조국과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미국의 기부재단을 돌아다니면서 문명국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알지못하는 병명을 설명하면서 알리기란... 그럼에도 독실한 크리스챤 부부의 믿음과 기도덕에 재 때에 꼭곡 들어맞는 기부를 받고, 그 공로를 인정받고 수많은 상과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지명되기까지의 그녀의 헌신적인 삶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이 책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누'라는 병은 아주 오래전 얘기였던 것처럼, 더 이상 무지하고 의료혜택이 전무했던 그 오지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그날까지 지구촌 사람들의 끝없는 관심을 부탁했다. 그녀가 이 책을 썼던 당시(2001년) 의 나이가 77살임에도 지금껏 은퇴를 하지않고 여전히 의료활동을 하는 중이다.
레그와 캐더린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알게모르게 그런 오지의 땅에서 목숨을 걸고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책을 읽고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아볼만한 가치있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처음으로 Worldvision 이란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한국에서도 유명 연예인들의 봉사와 지원으로 이젠 너무나 유명한 국제적인 기구라지만, 사실 그간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무관심과, 당장 살아갈 현실만 급급하게 생각한 내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300 이면 누 환자 한 명을 살릴 수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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