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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하나뿐인 병원
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캐더린이 처음 에티오피아에 도착하여 그곳 의료진으로 부터 들은 '누(Fistula)'라는 병, 그녀에게 누는 사소한 호기심처럼 들렸다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이상의 것으로 의료진으로부터 들은 그 예언적인 말을 영원히 잊지 못했다.
"누 환자는 당신의 가슴을 찢어놓을 거예요."
산부인과 의사인 햄린부부가 의료봉사 차원의 3년 계획으로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1959년, 그 후 그들 부부의 발을 평생 묶어놓은 그 처절한 병은 나 역시 신간 책들을 뒤적이다 발견한 이 책을 알기 전에는 '누' 라는 말은 알지도 들어보지도 못했다.
'누' 라는 병은 조혼으로 성숙한 어른이 되기도 전에 임신을 하여 죽은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입게 되는 대장과 방광, 요도 사이의 상처를 말하는데, 그 상처는 순식간에 구멍을 만들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소변을 제어할 수 없이 흘러내리게 만드는 무서운 병이다.
결국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아 평생 수치심과 외로움으로 비참하게 살거나, 죽을 수 밖에 없는 여자들이 있다. 그곳엔 대개가 태어나면서부터 정혼자가 정해지고, 거래(?)가 정해지면 8살에 약혼하고, 12살에 결혼하여 시집에 들어가 노예처럼 살다가 15세 미만에 임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료혜택은 전무하고 영양상태 또한 최악인 미숙아들의 임신이란...!! (초등학생 4-5학년 정도의 성장 발육이나 될까..? 나에게는 너무나 충격이고 무서움으로 다가왔다.)
그로인해 그곳의 산모 사망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사망하는 산모 1명당, 누 환자의 발생률은 10명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유일한 자식을 사산하고, 실금을 슬퍼하며, 몸에서 냄새나는 것이 부끄럽고, 종종 남편에게 쫓겨나며, 집도 없이, 들일 외에는 일자리가 없는 이들은 친구도 없이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며 존재한다. 이들은 말 못하는 부끄러움 속에서 슬픔을 참아낸다. 치료받지 못한 그들의 비참함은 절규한다. 외롭게 평생 동안..."
이렇듯 문명의 혜택을 가장 늦게 받아들인 아프리카 땅은 아직도 식량기근과 물기근으로 수만명씩 죽어나가고, 쿠테타에 죽어가고 의료 혜택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오지의 땅이다. 그 중에 1960 - 2000 초까지 에티오피아의 실상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50년간 3만2천명의 누 환자를 살려낸, 살아있는 '마더 테레사' 라 불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인 캐서린 햄린의 자전적 에세이랄 수 있는 이 책은 에티오피아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그녀가 격어온 드라마틱한 삶을 400 페이지로 얘기하기엔 사실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문체는 그 어떤 미사여구도 없이 단순하고 간략하지만 그 어떠한 책보다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이 의사부부의 헌신적인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레지널드 햄린(Reginald Hamlin, 1909 - 1993.8.6) 일명 '레그' 박사
캐서린 햄린(Catherine Hamlin, 1924.1.24 - 현재 ) 박사
1959년 에티오피아 체하이 공주 기념병원에서 3년간의 의료봉사를 위해 도착한 이 부부의 나이는 51세, 36세 였다.
그들의 처참한 누 환자의 현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자신들의 전재산을 털어 누환자들을 위한 병동을 만들고, 1974년 기부금을 통해 무료병원인 '아디스아바바 누 병원' 을 개원하면서, 치료뿐만 아니라 온세계의 산부인과 의사들의 교육기관 역활도 하고 있다.
캐더린 부부의 기부금 모음방식 또한 눈물겹다. 자신의 조국과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미국의 기부재단을 돌아다니면서 문명국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알지못하는 병명을 설명하면서 알리기란... 그럼에도 독실한 크리스챤 부부의 믿음과 기도덕에 재 때에 꼭곡 들어맞는 기부를 받고, 그 공로를 인정받고 수많은 상과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지명되기까지의 그녀의 헌신적인 삶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이 책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누'라는 병은 아주 오래전 얘기였던 것처럼, 더 이상 무지하고 의료혜택이 전무했던 그 오지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그날까지 지구촌 사람들의 끝없는 관심을 부탁했다. 그녀가 이 책을 썼던 당시(2001년) 의 나이가 77살임에도 지금껏 은퇴를 하지않고 여전히 의료활동을 하는 중이다.
레그와 캐더린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알게모르게 그런 오지의 땅에서 목숨을 걸고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책을 읽고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아볼만한 가치있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처음으로 Worldvision 이란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한국에서도 유명 연예인들의 봉사와 지원으로 이젠 너무나 유명한 국제적인 기구라지만, 사실 그간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무관심과, 당장 살아갈 현실만 급급하게 생각한 내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300 이면 누 환자 한 명을 살릴 수 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