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서울 -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
김지현 글.사진 / 네시간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내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서울에 대한 작가의 소소한 일기와도 같은 책이다. 어쩌면 서울의 일기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책을 봤을 때는 서울의 핫 플레이스들을 소개하는 그렇고 그런 책 중 하나겠거니 했는데, 읽다보니 새삼스럽게 서울의 다른 얼굴이 보이게 되었다.


사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사람이지만 그다지 서울을 좋아하진 않았다.
지방보다 문화적인 환경이나 상업적인 면이 풍족하다 못해 넘쳐나는 곳이지만 그 풍요로움이 지나쳐 ‘군중 속의 고독’마저 느끼게 한달까.
하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산다. 어디에 살고 있든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어디(어느 도시)에 살고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작가는 책을 통해 서울의 디테일한 면을 - 어쩌면 내가 예전에 그저 지나쳐 버렸을 그런 면을 독백하듯이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한밤중에도 불빛이 번쩍이는 그런 서울뿐만 아니라 예쁜 모습을 벗어버린 민낯의 서울까지도.
이런 시선은 서른과 마흔 사이면서(청춘이라기엔 너무 늙었고, 중년이라고 하기엔 이른!), 싱글이면서, 외지인이면서, 방송작가라는 직업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작가와 같은 나이여서 그랬는지 나도 작가의 독백에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서울의 지도를 보았다. 내가 한 번이라도 발도장 찍은 곳을 보니 거기서 거기. 그러니 서울의 진짜 모습을 보긴 역부족이겠지.
작년까진 동쪽 끝자락에서 살았는데 지금은 서쪽 끝자락으로 이사를 와서 새로운 생활 반경을 가지고 살고 있다. 처음 여기로 이사를 왔을 땐 삼십 몇 년을 살면서 처음 사는 동네에 적응 못해 힘들었는데, 지금은 길을 물어오면 대답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추억이 쌓이고, 새로운 관계가 익숙해져 가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보니 역시 환경이 사람을 만들어 가나 보다. 이 도시가 지금 나의 모습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해 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