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먹어요
아녜스 드자르트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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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중년여성인 주인공 미리암은 스스로 모성애의 부재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방황하다 먹고 살기 위해 위조한 서류로 대출을 받아 ‘셰 무아’라는 식당을 연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자가 연 가게의 이름이 “나의 집”이라니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집 (사실 그 가게에서 먹고 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집이긴 하다) 에서 다른 사람들을 먹이기 시작한다.
몸이 커지는 케이크와 작아지는 주스가 나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왔다는 책의 제목을 다르게 생각해 보았다.
직역하자면 “아기를 먹인다” 이지만 아기를 키운다는 의미도 되는 ‘feed a baby’.
혹시나 해서 ‘양육하다’라는 단어를 프랑스어에서 찾아봤더니 거기서도 “젖을 먹이다. 음식을 먹이다. 먹여 살리다”라는 의미가 들어 있었다.
미리암의 ‘요리사’라는 직업에 담겨있는 의미가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남편에 의해 없어진, 혹은 정말로 처음부터 없었던 모성애를 찾고 싶어 다른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아닌지.
언뜻 보면 실패한 인생인 미리암에게 공감을 갖게 되는 것은, 아이를 둔 여성이라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모성애의 부재가 아니라 사회적 통념에 의해서, 그녀 자신이 스스로 선택했으나 확신하지 못하고 지속한 결혼과 그 속에서 잃어버린 자아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은 극단으로 치닫고 말아버린 불쌍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미리암은 오직 ‘자신’을 위해 연 식당에서 수호천사와도 같은 친구를 만나게 되고, 다정한(?)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삶과 희망을 갖게 된다.
작가는 주인공이 처한 현실과 독백, 그리고 상상까지 사실적이고 꼼꼼한 묘사로 잘 그려내고 있다. 또한 이야기 중간에 나오는 프랑스 가정 요리에 대한 소개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 소설은 한 여성의 비뚤어진 삶에서 다시 희망을 찾고,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의 레시피처럼 그려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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