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대통령 선물 준비 회의 -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
이 글은 공무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는 질문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위한 순방선물을 준비하는 회의에 대해서, 처음에는 이렇게 해야 하나, 그냥 선물 정해서 목록드리면 대통령이 정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래의 질문들이 이어집니다.
"이 작품의 가격은 0원입니다. 통상 우리가 상대국에게 받는선물 가격과 균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검토가 필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색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백자를 선물하는 게 좋은 선택일까요?"
"이 도자기의 뚜껑 부분은 작품 형태로 볼 때 사리함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유골함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상대국에 오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선물과 멜라니아 여사 선물이 크기나 비용디자인 등에서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정상 선물과 정상 부인 선물이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지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역사성과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습니다. 왜 굳이 우리 대통령께서 이 선물을 고르셨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번 선물은 상호 공개가 아닙니다만 트럼프 대통령 외교 스타일상 협의 없이 공개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번 아프리카 순방 때 대통령 지인 작품을 선물했다가그 지인이 국내 예술계 송사에 관련됐다는 사실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작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한 시간 정도를 예상했던 회의가 두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자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말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 P20
"제가 처음에 드렸던 말씀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아무래도제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정상 간 선물 교환에 이렇게 많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고, 사전 조사가 필요하고 또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앞으로 몇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각 부처와부서 입장에서 고려되어야 할 모든 것을 전부 말해주세요, 저도의견을 보태겠습니다."
나는 어쩌다 잠시 공무원이었지만,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그렇게 허투루 일하는 것만은 아니더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공무원이 영혼이 없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아마도 공무원들이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으며 일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건투를 빈다. -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