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미래의눈 > 보석을 캐는 보석
한국문화의 뿌리를 찾아
존 카터 코벨 지음, 김유경 옮김 / 학고재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대해 과연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철모르던 시절 수학여행에서 잠시 스쳐간 경주의 석굴암이나, 일본과 한국에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미륵보살반가사유상에 대해 누가 이렇게 애정에 찬 강렬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책에 기재된 수많은 칼럼들이 쓰여진 때는 1980년대 초반이다. 동양미술사학자로 오랫동안 일본 문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던 코벨 박사에게 있어 풀리지 않던 갈증은 한국 문화를 접하고서 풀리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배달겨레의 후손으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국인으로 자라났지만, 그녀가 갈파하는 주장들을 마주 대하면 한없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으며 그녀의 열의에 감탄할 뿐이다. 물론 내가 문외한인 점 또한 그 이유일 것이며, 과거 몇 십년 전 일본에서 수학하였으므로 일본에 압도되어버렸거나 적어도 일본사학자의 논리에 순종하고 있는 일부의 전문가들에게 있어서는 그런 비판의 글도 있어야 한다는 자세를 견지하게 되거나 한국을 떠나주기를 바라는 이단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1981년 방문한 국내 박물관 소장품에 대부분 붙어있지 않던 영문 설명은, 엊그제인 2005년 다녀왔던 때에도 크게 나아진 바가 없었다. 거대하게 개축되어 있는 건물에 비해, 그 설명에 대한 노력이 점차 이루어지리라고 믿는 수 밖에. 그녀의 수많은 주장들은 진실로 우리의 문화를 사랑함에 할 수 있는 국수주의와는 거리가 먼 귀기울여야할 내용이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권력이나 보수파나 정치에 대한 얘기를 접어두고, 진정 이 책의 가치를 살펴보자.

 

코벨 자신은 그가 쓴 글을 빗대어 한국문화의 광산에서 타이프를 삽과 곡괭이 삼아 캐낸 보물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녀의 글은 한국 문화라는 보석을 캐는 보석과도 같이 느껴진다.

 

입시를 위해 억지로만 외우던 우리의 문화 재산들이 이렇게도 아름답고 귀중하고 발전된 것이었음을 그녀의 글로 인해 비로소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며, 일상에 묶인 몸을 당장에라도 빼내어, 우리의 문화 유산들을 만나러 가고 싶게 만드는 설득력으로 무장한 채 생생히 속삭이는 생명력을 가진 글이다.

 

이 책은 고리타분한 역사책이 아니며, 그런 저런 문화유산 탐방기도 아니다. 그녀가 누군가 해결해 주었으면 하면서 던져놓고 간 문제들은, 한 사람의 학자에 의해 제시되는 가설에 지나지 않을 내용들일 수도 있으나,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밝혀야 할 역사적 사명일 것이다.

 

우리의 진정한 역사나 문화적 뿌리에 대해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아낌없이 이 책을 선택하고, 이 책이 들려주는 우리의 보석과도 같은 옛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끝으로 이 책과는 무관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편역한 김유경 기자님은 현재 프레시안 웹사이트에 코벨 박사의 컬럼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