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교수의 생활 1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01.

노매드 관광청장 뚜벅이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아는 건 아니고, 관광청 25시에서 읽었다는 말씀)

꽉 막힌 듯한 단순한 삶을 살아가는 유교수.
읽다 보니 유교수의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따뜻한 그의 인간미에 눈물이 났다.
그런 점이 나랑 비슷하다기보단...
치고 빠지고 달려나가야 하는 현대 사회에
미련할 만큼 무식한 나만의 방법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나와 비슷한 점 발견.
유교수의 삶, 생각을 통해
아, 나도 나 나름대로 살아가면 되는구나...
하는 용기를 얻었다. 만나보고 싶다.


02.

 오랜만에 유교수를 만났다. 

유교수랑 그리 친한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친숙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랑 비슷한 점도 있지만, 
내가 갖지 못한 점도 많다.
비슷한 점은 유교수는 책을 좋아한다.(9권 책의 날편)
모처럼 책장을 정리한다면서...한 권 한권에 쌓여 있는 사연에 귀를 기울이다 
결국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채 끝나고 만다.
내가 이 책을 언제, 어디서 샀던가...를 생각하며..

03.

유교수는 나처럼 헌책방을 좋아한다.
헌책방에 들러 주구창장 책을 본다...사는 책은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내가 가장 많이 들르는 서점은 파주 헌책방 보물섬이다.
월요일에는 쉬기 때문에 못 들르지만, 
일주일에, 요즘은 바빠서 2주일에 한번씩 들른다.

유교수는 대학교수여서 그런지 책이 많다.
방 하나가 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방에서 유교수도 행복해하는 것 같다.
나의 꿈도 사면을 책장으로 둘러싼 방을 갖는 것이다.
비록 내가 다 읽지 못한 책일지라도, 
내가 선택한 책일지라도 누군가는 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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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2004. 은행나무

196쪽
변의가 정점에 달하려 하고 있었다.
수화기를 움켜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항문에 힘을 주고 필사적으로 견뎠다. 마침내 한계가 왔다고 생각했다.
비틀비틀 화장실로 다가갔다.

197쪽
"저기, 나, 이제 진짜 한계예요."라는 히사오.
"나는 작은 거야. 금세 끝나." 사장이 화장실 문을 열었다.
"아뇨, 나도 금세 끝나요. 두 번으로 나눠도 좋고요."
"안 돼. 다무라가 싸고 나온 뒤는 냄새가 지독해."
히사오의 소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벽에 손을 짚고 변의와 마지막 사투를 벌였다.
일 분 후에 히사오는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변기에 앉은 채 두 다리를 쭉 뻗었다.
마음껏, 실컷, 볼일을 보자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렇게도 기나긴 하루인가,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쪽으로 튀어!>
<공중그네>
<인더풀>
에 이어 네 번째로 보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대학 때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야마노오토> 이후로 일본 소설과 담을 쌓았다면...

몇 년 전
<남쪽으로 튀어!>를 읽으면서 킬킬거렸고, 나카노 브로드웨이의 로망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우연히 회사 자료실에서 파본으로 버려진 <공중그네>를 가져다
테이프로 떨어져 나간 페이지 순서를 정성스럽게 맞추고,
도대체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오쿠다 히데오에 열광하는지 궁금해서
한번 읽어보자 싶었는데.
잠 안 오는 새벽
오랜만에 스탠드 불빛 아래 책을 보다가
혼자 낄낄거리고,
어느새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다음 작품으로 뭘 볼까 자료실에서 고민하다
도쿄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어,
선택한 <스무 살, 도쿄>.

실은 오후 4시 넘어부터 읽기 시작해
모두가 퇴근한 시간,
자리에 앉아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고 있다.

나도 변의가 느껴진다.
아직 정점에 달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너무나 명쾌하고, 재미난 이야기들. 하하.

나도 독특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만나보고 싶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오쿠다 히데오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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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내 아이들 - 책 읽는 가족 26 책읽는 가족 26
조대인 지음, 이정규 그림 / 푸른책들 / 200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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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축제 같다. 날마다 방송, 신문 등에서 이라크 전쟁을 서로 앞다투어 생방송으로 전달하느라 말그대로 난리다. 모두가 반전을 부르짖는데, 말 안 듣는 힘있는 자들이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고 있다. 조대인의 '버드내 아이들'은 힘있는 존재에 대응하지 못하는 아이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작품에 몰입이 잘 안 됐다.

덕칠이가 자기 할아버지 생신 잔치에 온 아이들에게 '전쟁놀이'를 하자는 것부터 그랬다. 부자이고, 싸움도 잘 하는 덕칠이가 좋아하는 놀이는 전쟁놀이라는 설정. 거기에 다른 아이들은 놀이를 일찍 끝내기 위해 일부러 져준다고 한다. 아이다운 모습보다는 패잔병 같다. 과연 그럴까. 뜬금없이 스님이 나와서 술주정뱅이와 싸우고, 이기기까지 한다. 그리고 주정뱅이가 다치자 데려다가 치료해주면서 친해진다. 또 주인공인 명노의 꿈에 스님이 나타나 아이들을 혼내주는 꿈을 꾼다. 갑작스럽다.

매사에 덕칠이에 끌려다니는 명노와 덕칠이와의 불평등한 관계는 6살 때부터라고 한다. 6살 때 교회에 가서 덕칠이의 기세에 눌려 6학년인 지금까지 그런 관계가 이어질 수 있는지 선뜻 이해가 안 간다. 명노라는 아이는 정말 아무리 어리지만, 그렇게 자기 목소리 한번 내지 않고 이끌려 다닐 수 있는가. 남자 여자를 구분하는 건 이상하지만, 여자아이인 서연이도 할 말을 다하는데, 남자 아이가 그렇게 끌려다니기만 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없다.

명노와 덕칠이가 화해하는 부분은 더더구나 몰입이 안 된다. 명노는 덕칠이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하지만 뭔가 께름칙함이 남아 있었다. 이겨서는 안 되는 아이를 이겼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다가 저수지에서 빠져 덕칠이가 명노에게 살려달라고 손을 내민다. 그리고 구해주자 아이들 앞에서는 너 같은 놈 보기 싫다고 하더니 둘만 있을 때 고마웠다고 이야기한다. 명노라는 아이가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두 아이의 갈들이 그렇게 우연찮게,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부분이 동의가 안 된다. 명노에 비해 차라리 덕칠이의 성격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답기도 하고.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알겠지만, 그것이 너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 설마, 설마 그랬을라구...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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