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들'의 대한민국

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박노자', 그를 알게 된 것은 어떤 매체의 광고나 주위의 권유가 아닌 우연이었다. 처음 그의 이름을 접하게 된 계기는 2년 전 군복무 중이었을 때였다. '강준만'과 '김규항'의 글을 접하고, '의식 있는 양심적 참 지식인'이라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리며 푹 빠져있던 당시, 그들과 함께 견주어 거론되던 이름 석자, '박노자'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름에서 느껴지는 편견으로 '어느 한, 말 많은 여자인가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었다.

그러다 제대 후,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그가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았고,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거의 나의 무지와 그에게 갖고 있던 편견들에 대해 큰 참회를 하였다. 그리고는 그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의 글을 접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접한 듯이(기존에 이미 알고 있었으나 감히 말하지 못했던) 놀라기도 하였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전근대적인 편협한 사고가 '아직까지도 나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박노자', 그렇게 그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라는 이름은 가진 파란 눈의 그는 누가 봐도 분명 외국인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인이다. 그가 구사하는 한국어 실력이나 그 속에 그가 담아내고 있는 사상이나 이념을 보면 그는 틀림없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그에게 아직까지 낯선 곳이 대한민국이다. 낯선 대한민국 땅에 선 한국인. 그래서 그는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지니고 있는 부조리와 병폐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니라 '귀화'를 통해서 그 부조리와 병폐를 함께 짊어지며 나누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전체적으로 공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분 공감을 하면서도 화가 난다. 이런 문제들은 이미 우리 가운데 존재했었는데도 왜 우리는 이렇게 말을 하지 못 했는가? 그의 글을 읽어가면서 수긍하는 내 모습을 볼 때면 내 자신에 대한 회의와 부끄러움, 화가 동시에 일어난다. 그는 각 인간과 인간 계층들 간의 진정한 평등을 외치며, 차별 없는 모두가 함께하는 진정한 사회, 왜곡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패거리 의식을 넘어서자고 말한다. 이젠 우리 스스로가 호소를 하자. '우리들'의 대한민국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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