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김경일 지음 / 바다출판사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동양의 문화, 미풍양속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을 꼽아본다면 바로 유교 사상일 것이다.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유교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일본 등 동양 여러 곳에 전해져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 중 우리나라는 유난히도 특별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에는 거의 국교화 되다 싶이 여겨졌고, 지금 현재에도 우리 생활 여러 곳에 유교적 가치관이 깊숙히 내재해있다. 유교는 종교적인 이념외에도 사상적 이념으로서도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동양 문명을 지배해왔던 유교(종교적 이념보다 사상적 이념으로서의 유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아니, 지금 이전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었고, 지금은 그 폐해가 더 크게 그러났을 뿐이다. 실리보다 이념을 추구하는 체면의식, 권위주의, 국수주의 그리고 이에 따른 많은 불공평함들. 예를 들면 남아선호사상에 깊숙히 내재해 있는 남존여비사상 등이 바로 유교적 습성에서 나오는 문제들이다. 이런 유교적 습성이 주는 폐해는 '지구촌'이라 불리는 세계화를 추구하는 21세기의 우리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마땅히 버려야 할 것들이다. 저자는 이 말을 300페이지가 넘는 지면에 하나씩 예를 들며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유교적인 이념에 '길들여질대로 길들여진' 어리석은 '공자의 졸개'들에 불과한 우리 국민들에게 일침을 놓겠다는 의지가 너무나도 강한 나머지 엉뚱한 논제 제시부터 말도 안되는 억지성의 논리를 내세우며 시간과 지면을 낭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볼까? 그의 말을 빌어보면, '거짓과 위선'에 가득찬 '빙충이(학자)'들이 내린 '유교적 동양 문명' 진단 결과가 뭐가 그리 충격적이고, 문제가 되는가? 당신 말대로 '빙충이'들의 말이니 그냥 싹 무시해버리면 되지 않는가?

또 '한중일 국민의식조사'에서 유고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보다 이혼에 대해 덜 개방적이라 하여 문제가 된다고 하는 것과 장남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물음에 무려 중국보다 우리나라가 배가 더 많은 긍정적인 응답이 나왔단다. 그런데 이런 응답이 가장 보수적인 유교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다고 하는 논리는 어딘가 어색하지 않은가? 설사, 이런 예들이 보수적인 유교의 가치관에 의한 것이라 한다해도 사회에 크게 물의를 주는 병폐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보다는 중국에 더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가?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책의 내용 중 대부분을 이런 논리로 전개해 가고 있다.

어떤 사회현상의 문제점을 꼬집어서 비평하는 것은 그 현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고, 정말 문제가 된다면 그 문제점에 대한 대책이나 방안을 새로 모색하게 하거나 자각하게끔 한다는 데에 커다란 의미를 둘수가 있다. 하지만, 감정에 으한 무조건적인 비평은 오히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을 듣는 이로 하여금 반감을 사게 해 아예 간과시킬수도 있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는 이성보다 감정이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읽는 내내 짜증이 많이 나기도 했지만,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 한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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