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들어주는 토끼 소원어린이책 12
장유위 지음, 마오위 그림, 강영희 옮김 / 소원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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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년 전 작품을 그래픽 노블 형식으로 재창조한 책 <비밀을 들어주는 토끼>입니다.

그래픽 노블이란 Graphic과 Novel의 합성어로, 만화의 소설의 중간 형태를 띄는데요.

주제는 일반 만화보다 진지하지만, 형식은 만화로 되어 있어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학생들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없는 비밀들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와는 모순적으로 다른 사람의 비밀을 궁금해하기도 하죠.

이 책은 이렇게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풍자하고,

다른 사람의 비밀을 대할 때의 바른 태도와 솔직함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


비밀을 들어주는 토끼 '샤오투'는 '샤오메이'의 비밀들을 원치 않게 많이 듣게 돼요.

샤오메이는 국어 시험에서 컨닝한 이야기, 친구의 장난감을 훔친 이야기 등 모든 비밀들을

하나뿐인 친구 샤오투에게 이야기합니다. 샤오메이는 사실 나쁜 아이가 아니었는데,

부모님 사이가 안 좋아지고 샤오메이에게 신경을 못 써주면서 행동이 점차 변해가게 돼요.


샤오투는 샤오메이의 유일한 친구로서 샤오메이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들어주고 

그 비밀을 지켜주려고 노력하는데요. 샤오메이가 비밀을 말할 때마다 샤오투의 비밀 배낭은 

점점 무거워지고, 결국 샤오투도 지치기 시작합니다.


샤오메이의 유일한 친구로서 그 아이의 비밀을 열심히 들어주어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샤오투의 배낭은 이미 너무 무거웠고,

샤오투의 두 귀는 샤오메이의 불평을 쉴 새 없이 듣느라 아파 왔다.

대체 이 비밀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19p)


샤오투는 무거워진 배낭을 어떻게 비울지 고민하며 밖을 나서지만, 밖에서 만난 동물들은 

샤오메이의 비밀을 궁금해하며 배낭을 호시탐탐 노립니다. 

심지어 또 다른 사람들, 다른 동물들의 비밀을 사고 팔기까지 하고 비밀을 은밀히 캐내는 

'비밀 탐정'이라는 직업까지 등장하죠.


샤오투는 더는 가만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동물들은 진장과 관련해 20년도 더 된 지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왜 진장이 잘못을 뉘우친 뒤 바르게 살고자 노력한 과정은 쏙 빼 버렸을까?

왜 진장이 이 마을을 위해 한 좋은 일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을까?

남의 잘못만 험담하는 그 개야말로 진장보다 형편없었다. (39p)


샤오투는 이 모든 어려움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샤오메이의 할머니를 찾아갑니다.

할머니는 '신비로운 비밀꽃'을 개발했는데요. 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자신의 비밀을

제외한 모든 비밀을 잊게 되는 꽃이에요.

샤오투와 할머니가 비밀꽃을 모두에게 나눠주어 동물들이 더이상 남의 비밀에 관심 갖지 않게

되고, 또 위기에 처해 있던 샤오메이 가족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서로에게 그대로 이야기하게 됩니다.


할머니가 슬며시 말했다.

"사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거란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비밀도 오해도 쉽게 생기지 않지."


할머니가 이어 말했다.

"샤오투, 눈치챘니? 누군가 '내가 너한테만 알려 주는 건데.'라고 말하는 순간,

 그 비밀을 너무나 쉽게 퍼져 나가지."

"그건 말이야. 세상에는 남의 사생활과 비밀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란다." (108~109p)




감상


 존중과 믿음의 관계

  우리 모두의 비밀은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친구의 비밀을 떠벌리고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기사로 내보내는 등 불편한 현실의 모습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책이었어요. 


  이러한 현실에서 샤오투만큼은 소중한 친구의 비밀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다른 동물들의 비밀을 궁금해하지도 않고, 샤오메이의 비밀을 퍼뜨리지도 않아요.

샤오투 자신의 마음이 소중한 것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소중함을 알고 존중하는 거죠.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샤오투처럼 타인을 대하는 존중과 믿음의 태도를 배우고, 

동시에 나도 다른 동물들처럼 타인의 비밀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에요.


 감정의 쓰레기통

  사실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서로 간의 믿음을 바탕으로 비밀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교과서에서도, 다른 책에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토끼 샤오투를 통해 비밀을 듣는 것도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별했어요.


  화자가 자신의 감정을 청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출하고 강요했을 때, 청자는

'저 사람이 나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인간은 공감의 동물이고 감정은 전염되기 때문에 상대방의 한탄을 듣게 되면 결국 

그 짜증과 괴로움의 감정을 나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죠.


  샤오메이의 불평불만을 끊임 없이 듣고 비밀 배낭이 꽉 차 힘들어 하는 샤오투의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은 공감의 위로를 

느끼고 또 내가 누군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이용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 솔직함의 중요성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저도 고민이 되었는데요.

소중한 친구의 비밀을 들어주어 힘듦을 덜어주고 싶지만, 동시에 비밀을 듣는 일도

만만치 않게 힘든 일이니……. 작가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궁금했습니다.


  작가는 모두가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해결책을 제시했어요.

샤오메이의 비밀이 없었으면 샤오투의 문제도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준 것 같았습니다.


  특히 샤오메이 가족은 서로에게 말하지 않았던 비밀이 많았고, 또 그 비밀들로 인해

가족간의 불화가 커진 상황이었어요. 모두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면

비밀도 오해도 생기지 않을 거예요. 물론 그 이야기를 서로 경청해주는 자세도 필요하겠죠.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어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적 의견을 바탕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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