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메일 매거진 '틈'에서는 한달에 한 번씩, 최근 한 달 내 출간된 신간들 중에 꼭 살펴볼만한 책들을 소개합니다. 독특한 색깔을 가진 책, 비교적 여러 매체에서 덜 소개했다고 여겨지는 책들을 골라 소개합니다. 여름의 문 앞에 선 5-6월 출간된 기독교 신간을 한번 살펴보세요.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
최종원 지음, 비아토르 펴냄, 18,000원
인문주의의 시선으로 역사와 교회, 사회를 읽는 역사학자 최종원 교수의 신간이다. 자신이 여전히 교회에 희망을 걸고 있는 ‘교회근본주의자’ 임을 밝히며 실제로 함께 일구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과 고민하고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주류의 성공을 지향하기보다는 낮은 자리에서 전복을 꿈꾸는, 경계를 걷는 교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큰 감동과 도전을 준다. 나는 최종원 교수의 책은 나오는 족족 다 읽는데 그간의 책 중에서 가장 가슴이 뛰고 희망이 샘솟는 책이다. 헛된 희망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트렌스젠더 경험 이해하기
마크 야하우스, 줄리아 새더스키 지음, 홍수연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20,000원
동성 끌림을 경험하는 친구를 위하여 기독교인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브래드 햄브릭 지음, 맹호성 옮김, 알맹4U, 5,500원(전자책만 있음)
기독 출판사에서 나온 퀴어나 성소수자에 대한 책이 이제 적다고는 할 수 없는데, 대부분 입장이 ‘찬/반’으로 갈라진 경우가 많은 점은 아직 아쉽다. 언제까지 각자 입장만 선명히 하며 평행선을 달려야 하는가! 이번에 나온 이 두 권의 책은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은 책이지만(나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앨라이'다), 찬/반에 매몰되지 않고 이해와 대화를 위한 책으로 보면 좋은 책이다. 6월, 프라이드의 달이다. 이 책을 계기로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까? 일단 말은 던졌으니 많이들 읽고 서로 와글와글 해봤으면 좋겠다. 부디 혐오를 그치고 대화를 시작하자.
나를 위한 처방, 너그러움
아운디 콜버 지음, 정효진 옮김, IVP펴냄, 18,000원
임상심리 치료사이자 스스로 트라우마 생존자인 작가가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심리학적, 영적 처방을 내린 책이다. 개인적으로 트렌디한 실용 심리학 서적에 흥미가 없어서 책소개는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실제로 책을 훑어보면서는 추천자들이 언급하듯 현대 심리학과 뇌과학의 성과를 담고 있으면서도 영성훈련의 전통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나도 다시 한번 정독해 볼 예정이다. 제목이 지나치게 말랑하게 번역된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원제는 Try Softer이고, 책 본문에서는 ‘부드럽게 해보기’로 사용하고 있다. 부드럽게 한번 읽어보시라.
노을이 물드는 시간
정신실 지음, 성서유니온선교회 펴냄, 18,000원
시니어 매일성경에 연재한 노년(혹은 중년 이후)의 영성에 관한 글을 책으로 묶었다. 중년의 심리치료사와 그의 멘토와 같은 노년의 은퇴교수의 가상대화를 1인칭 시점의 소설처럼 구성했다. 인생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노년의 일상적인 문제들까지 균형 있게 오가며 잔잔한 감동과 지혜를 건넨다. 별생각 없이 책을 잡았다가 푹 빠져들어 읽었다. 노년에 대한 외국 작가의 책을 몇 권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책들보다 월등히 공감이 가고 좋았다. 꼭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믿고싶)고, 이미 여러 권의 인상적인 책으로 검증된 작가의 필력 덕분이라고 해두자.
신을 위한 음악
요한 힌리히 클라우센 지음, 홍은정 옮김, 좋은씨앗 펴냄, 24,000원
신간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좀 더 알려져야 할 것 같은 책이라 놓치지 말기를 바라며 권한다. 책 표지에 ‘교회음악의 역사'를 다룬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단순히 교회음악이라고 하기보다는 ‘기독교와 음악의 역사' 혹은 ‘종교음악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룬 책이라고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독일의 목회자이자 신학자인 요한 힌리히 클라우센이 집필했는데, 이력상 음악 전공자나 역사학자가 아닌데 이렇게 박식하고 흥미로운 지식을 갖고 있다니 놀랍다. 예배와 찬양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누구나 교양으로 읽어도 재밌을 책이다.
_ 신간 모니터요원, 박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