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길고양이 나가신다! ㅣ 넝쿨동화 13
안오일 지음, 방현일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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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 피골이 상접한 길고양이가 찻길로 비척비척 걸어들어가 치일 뻔한 걸 비명을 질러 막은 적이 있어요. 영양부족으로 동물적 반사신경마저 퇴화한 듯한 녀석에게 며칠간 마음이 쓰였죠. 간혹 어디서 뭘 먹여주는지 털에 윤기 좔좔 흐르는 녀석들도 있지만, 대체로 길고양이는 연약합니다.


  그런데 여기 길고양이들이 으라차차! 나가신답니다. '보통 녀석들이 아니군!' 생각했는데 웬걸... 보통 녀석들 이야기였어요!!

  사실 보통보다도 못한 녀석들입니다. 짝짝이눈 연두, 몽당꼬리 깜이, 형을 잃고 천애고아가 된 뻐끔이 등등... 쓰레기통 헤집어 먹고살고 폐차 밑, 버려진 수도관이 집이예요. 여기에 옆동네에서 건너온 절대악마 뚱냥이 양모스의 횡포까지 더해지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깜이와 연두는 '이대로는 안 된다'며 양모스에게 맞서기 위해 길고양이들을 모아보려 합니다. 그런데 누가 봐도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계획이라 잘 되지 않습니다. 괜히 나섰다가 양모스에게 찍히기밖에 더할까 싶고, 각자도생만이 살 길 같으니 다들 발을 빼는 거예요 (...니들 그러기야ㅜㅜ)

  그러던 어느 날, 이제 막 새끼를 낳은 엄마 고양이 집까지 빼앗으려는 양모스의 행패를 깜이가 몸을 던져 막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 날, 깜이의 용기는 곧 온동네 길고양이들의 용기가 됩니다. 야옹, 야옹, 야아아아옹!! 빼앗긴 들에도 평화는 오는가?! (네, 옵니다, 와요^^)




  제목만 봤을 땐 무자비한 사람들 상대로 냥이들이 여봐라! 하는 내용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였습니다. 가엾은 존재로 표현된 길고양이들, 자기도 같은 고양이면서도 그 위에 군림하려 드는 양모스의 모습이 우리 인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똑 닮아 있었죠. 차별, 멸시에 지쳐 고개 한 번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숨만 쉬며 사는 약자들, 그들을 입맛대로 이용하는 나쁜 강자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죠?

  이 우화는 너와 나, 내 아이들처럼 지극히 평범한 이들이 세상 모든 부당한 것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짝짝이눈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지금의 불편함을 참지 마세요, 다함께 뭉쳐서 야옹야옹해댑시다! 그래야 끝내 이겨낼 수 있다는 거죠.

  이제 초등학교 들어간 우리 1호는 짝짝이눈을 가리지 않기로 한 연두에게 감동했답니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이렇게 어린 아이들에게도 가닿나봅니다... 한편, 부조리에 목소리를 높이고 함께 대응하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좀 큰 아이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의미 있는 동화 같습니다... 소장가치 있음!

"실패할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마찬가지로 바뀌는 게 없잖아... 난 예전처럼 다 같이 행복하게 지내고 싶단 말이야." - P45

"연두야,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 용기를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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