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 미국을 뒤흔든 세계 교육 강국 탐사 프로젝트
아만다 리플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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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천에서 용 난다 라는 말이 이제 거의 옛말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간혹 하나씩 나오는 용이 아직 교육의 사회적 역할이 그럭저럭 이루어 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점점 더 개천에서 나온 용을 보는 것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나왔던 용들이 사회의 요직에서 자신만의 기득권을 놓지 않고 심지어 그러한 기득권을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물려주려고 교육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적인 수요 감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그래도 교육이 이러한 부와 사회적 지위, 혹은 계급의 재분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2. 우리나라의 입시교육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아래로 내려오는 대학의 서열화된 구조를 시작으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다양한 입시결과위주의 사교육 현장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은 전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이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결과를 중시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의 붕괴라는 관점에서 많은 현직 교사들을 공격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학교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선의 많은 고등학교들이 이미 입시위주의 교육을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지만, 그 안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교사와 대화하고 여러 학교활동에 참여하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열악하고 과도한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 학생들은 지식뿐 아니라 소통도 함께 배우며 자라고 있습니다.

 

3. 이 책은 미국인인 작가가 세계의 다른 나라로 떠난 교환학생들을 추적하며 각 나라의 교육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며 미국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쓰여진 책일 것입니다. 피사 성적을 기준으로 학력이 높은 국가의 교환학생들과 인터뷰하며 각 나라의 교육적 특색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역시나 우리나라로 온 교환학생이 묘사하는 한국 교육의 현실은 처참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의 자유로운 교육과 한국의 쳇바퀴 교육 중 하나를 고르라면 한국의 교육을 선택하겠다고 하며 한국 교육에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실패와 좌절을 견디고 노력과 인내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학생들이 아무래도 대견해 보였나 봅니다.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꽃을 피워내는 능력은 전세계 어느나라에서나 통용되는 가치이게 때문이겠죠. 물론 그러한 힘든 짐을 어린 청소년들에게 지워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4.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연구에서 학원강사와 학교교사를 비교하여 설문조사 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과 과목에 대한 실력은 학교 교사보다 학원 강사가 더 뛰어나다고 응답했지만 학교 교사는 학원 강사에게 느껴지지 않는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응답했다고 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재의 입시는 과거의 입시보다 덜 힘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예전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저는 그래도 학교가, 그리고 교사가, 학생들과 대화하며 부등켜 안고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입시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말을 하며 학생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놓지 않도록 독려할 수 있는 사람이 아마도 교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p.303
그러나 한국의 쳇바퀴와 미국과 다른 여러 나라의 바운스하우스를 고르라면-말할 것도 없이 말도 되지 않는 선택 조건이지만- 망설이면서도 나는 결국 쳇바퀴를 선택할 것 같다. 맞다. 가차없고 과도하긴 하지만 동시에 더 정직하다는 느낌이 든다. 쳇바퀴 나라에 사는 아이들은 복잡한 생각과 육탄전을 벌이고, 자신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범위 너머로 사고를 확장할 줄 안다. 그들은 또 인내와 끈기의 미덕도 이해한다. 실패의 맛이 어떤 것인지 알고, 더 열심히 노력해서 끝내 더 나은 결과를 이뤄 낸다. 현대사회에서 삶을 영위할 준비가 돼 있는 아이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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