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입시를 넘다 - 사교육 구렁텅이에서 어떻게 빠져나올까?
홍세화 외 지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기획 / 우리교육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대입의 최전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항상 대입은 저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근본적으로 대학이란 무엇일까, 공부란 무엇일까, 창의성은 어떻게 나올까,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정말 창의성과 관련이 하나도 없을까 등 에서부터 가깝게는 대학에 꼭 진학해야하는 것일까, 대학입시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교육이 계급의 사다리로써의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등에 이르기까지 입시는 저에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에게 있어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어떻게하는 것이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진 않지만 나름의 성찰의 시간을 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2. 제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부분은 지금껏 비인간적인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대안이나 혹은 최소한 현재의 입시제도 하에서 그 제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도교사의 철학적 태도 등이었지만, 사실 저에게 있어서는 기대이하이긴 합니다. 기존의 제도를 비판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없이 너무 이상적인 면에 치중하지 않았나 하는 면도 없잖아 있으며, 그 대안을 제도적인 측면에서 찾기보다는 교사의 참여와 운동에서 찾으려는 것도 사실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또한 변화하지 않는 현 체제의 서열화된 대학입시제도 하에서 교사가 미래를 내다보며 가르치는 것과 선진국의 학교교육이 어떤지를 아는 것이 어떤 현실적인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3. 또한 이 책은 강연을 글로써 풀어 놓은 것입니다. 강연의 특성상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글로 풀어 놓은 것 역시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찾아 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잡다한 이야기를 뒤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글도 구어체로 풀어 놓아 더욱 그러한 느낌입니다. 물론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마무리를 짓기는 하지만 중간중간에 잡다한 이야기로 삼천포에 빠지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차라리 강연의 내용을 강연자가 글로써 다시 풀어 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4. 이 책의 강연자들은 다시 교사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고, 학생의 진로를 대학 서열이 아닌 진정한 학생들의 꿈과 적성을 찾는 활동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다소 보수적이고 윤리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대목도 있으나,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너무 이상적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 대학서열화라는 현실을 배재한 채 자신의 진정한 진로를 찾아보라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그 누구에게도 먹히기 어려운 말일 것입니다. 또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늘 괴리감을 느끼고 살고 있는 교사들에게 책임감과 사명감에 대한 이야기 역시 가깝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5. 물론 이 책에서 참고가 될 만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직에 있는 교사로써 다양한 방면에서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아이들에게 현실과 관계없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할 윤리에 대해서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강연에서 느껴지는 구어체 표현들과 너무나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대안에 큰 기대를 하고 책을 선택했던 저에게는 조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p.177
운전기사를 꿈꾸는 한국 아이들은 별로 없다. 대신 비행기 조종사를 꿈꾼다. 우리나라 항공기 조종사는 5천 명 남짓이고, 택시, 버스, 승합차, 트럭 등의 운전기사는 약 130만명이다. 희망과 현실이 너무 다르다. 물론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은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택시 운전보다 더 고상하고 훌륭한 일이라는 인식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p.181
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접시를 내려놓을 수 있어요. 유리잔을 집어 들 때에도, 조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이런 질문을 받아요. ‘왜 웨이트리스 따위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스스로 제 접대를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p.248
루소의 말을 인용합니다. ‘나는 교사의 자격에 관해 단 한 가지만 말하려 한다. 그것은 교사는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교육의 제일 큰 문제가 우등생들이 고시 공부하듯이 임용 고사 쳐서 교사가 되는 거라고 봅니다.

p.339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것을 정리하면, 교사들의 성장을 막고 있는 것은 행정 중심 학교 체제, 입시 경쟁구조 이 두가지 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구조가 교사를 무능하게 만들고, 성장을 멈추게 하고 바보로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