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의 아이들 - 윈터러 1 : 애장판 룬의 아이들 (제우미디어)
전민희 지음 / 제우미디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아직 내용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룬의아이들- 윈터러- 를 약7년만에 다시읽었다. 사실 막상 룬의아이들- 윈터러를 2001년에 처음 읽을때는 '아 이거 참 잘쓴 작품이다 전민희님짱' 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작품 자체를 사랑하게 될줄은 몰랐었는데 애장판까지 구입하게될줄이야. (아니, 사실 4leaf를 하면서 어찌보면 예상했던 수순일지도 모르지만...)2001년이면 한창 한국판타지계에 양산형과 1세대 작가들이 한꺼번에 공존할 때였고, 질로든 양으로든 어마어마한 괴작들이 쏟아져나왔던 시기였다. 그때야 아무생각없이 나오면 보고, 즐거우면 그만이었지만, 한국판타지소설을 거의보지 않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당시 작품들에 대한 그리움같은게 있는것 같기도하다. 

 나는 내가 윈터러에 대해 많은부분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첫권부터 완결권까지 나올때마다 한번씩 읽었던게 전부였던지라 다시 읽는 윈터러는 마치 새로 읽는 작품마냥 나를 흥분시켰다. 어떻게보면 데모닉은 비교적 최근 작품이고 또 완결권을 읽을때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다시 읽어서 대략 3번정도는 읽었던지라, 데모닉-윈터러 의 순대로 읽는 기분이 들어 묘했다. 내 조잡한 기억속의 윈터러는 케릭터 등장과 보리스의 여정에 대부분의 초점을 맞추고 세계관과 가나폴리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웬걸, 데모닉을 읽지 않았다면 그저 지나쳤을 보석같은 설정이 너무많이 숨어있는게 아닌가.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룬의아이들을 사랑하는 모든사람들에게 데모닉을 읽고 다시 한번 윈터러를 읽어보라고 꼭 권하고 싶을만큼 많은 내용들이 2부를 위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었다. 특히 가나폴리에 대한 이야기는 윈터러에 나오는 모든 언급이 바로 데모닉과 직결된다고 할 정도였다. 가장 충격적인것은 달의섬의 순례자들이 마법왕국 가나폴리의 후예였다는 사실이다. 이건 뭐 보리스가 형이 있었다는사실을 잊었다는것과 마찬가지였다. 윈터러와 데모닉을 이어주는 접점은 수많이 있지만, 대륙 (가나폴리사람들은 섬이라고 하지만)의 가장 위와 아래에 있는 섬이 모두 탈출한 가나폴리의 후손들이 살고있다는 설정은 정말 기발한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조상을 가진 후예들이 한쪽은 마법을 잊고, 한쪽은 마법에 의지하여 살아간다는 설정도 그렇고..

 다시보는 윈터러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 사실 어렴풋하게 윈터러는 어두운 이야기, 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조금 밝은 데모닉쪽을 더 좋아한 나였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얼개면에서는 윈터러쪽이 훨씬더 짜임새가 있지 않나 싶다. 마지막이 조금 아쉽긴하지만, 어차피 룬의아이들은 연대기, 굳이 복수를 마쳤다, 결혼을 했다, 행복하게 잘살았다 따위의 언급은 필요없을지 모른다. 데모닉은 물론 작가가 의도한것이겠지만 조슈아와 란지에가 공동주인공이 아닌가 할 정도로 점차 란지에의 비중이 커져가서 사실 좀 불편했었다. 둘의 접점또한 마지막장에 이르기까지 한번도 없었음에도 마치 란지에는 조슈아와 함께 데모닉을 공유했다. 물론 격동하는 시대를 나타내려는 작품의 전개상 어쩔수 없이-란지에를 3부에 좀 더 활약하게 만들 수 있는 배경을 만들기 위해서, 시리즈이기 때문에 할수없이, 룬의아이들 데모닉은 조슈아의 것만이 아니니까- 라는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덕분에 조슈아에 대한 몰입도가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게 떨어졌던것은 사실이다.  반면 윈터러는 작품의 배경을 현실감있게 드러내면서도 보리스가 절대 배경에 묻히지는 않았다. 몰입감이 더 강했다는 이야기다. 쓰다보니 마치 데모닉을 비평하고있는것처럼 되버렸지만, 어떻게보면 룬의아이들이라는 배경속에서 14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펼쳐지고 있는 이야기고 굳이 데모닉이란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사실 그다지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나는 4leaf시절부터 케릭터설정에 관한것은 수십번도 더 읽었고, 케릭터 풀네임과 유현님의 케릭터 일러스트를 생생하게 기억할수있는 골수 팬인것이다. 다만 조슈아에 대한 애정이 조금 강해서 불평을 좀 하는거고.

 마지막으로 윈터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을 말해볼까 한다. 데모닉에서는 단연 민중의 벗들의 활동이었다. 여기서 인상깊었던것은 보면서 감동을 받았던 장면이라기 보다는 작가가 의도하고자 했던 어떤 설정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윈터러의 경우에는 달의 섬이었다.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면서 통치에 유리하도록 마법과 역사를 잊도록 유도한 섭정의 후예들. 달 신앙을 부활시키고 검을 중시하며 잔인하고 폐쇄적인 삶을 사는 그들이 안타까운것은 내가 역사를 사랑하는 로맨티스트 여서인가. 하지만 어떠한 선택을 내릴 수 없었던 보리스처럼 그것이 어쩔수 없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룬의아이들은 그 자체로 역사이며 정치이고 마법이며 상상의 세계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함께 성장하며 현실을 살아간다.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3부에서는 아직 파편조차 등장하지 않은 나머지 3명의 아가씨들을 기대하며 (특히 가장 좋아하는 아나이스와 이름없이 빨간머리의 용병으로만 나온 시벨린또한) 오늘밤도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을 달래본다.

 ++ 일본판처럼 일러스트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