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황홀한 여행
박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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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오천원에 가까운 가격에 걸맞게 의외로 두꺼운 책이었다. 그리고 그 두꺼움은 대체로 질좋은 종이와 사진으로 인한 것이었고.

 이탈리아를 수없이 갔다는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 클래식과 예술을 사랑하는 한사람의 여행자다. 사실 저자에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든 생각은 '역시 예술을 즐기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되는구나' 였다. 너무 속물적인가? 하지만 해외여행에 책도 내고 오페라나 연주회같은 클래식감상을 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드든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하다못해 저정도의 사진을 찍기위해서라도 어느정도 자금이 받쳐줘야 하는 것이다. 

 왜 여행 서적 리뷰에 이런 얘기를 하냐 싶겠지만, 사실 이것도 이 책의 감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보통의 여행서적은 주로 관광지에 대해 설명하는 설명서 이거나, 역사, 혹은 미술관련 이야기, 그것도 아니면 풍경과 여러가지 삶의 한순간을 담은 사진집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진정 여유있는 (세속의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그저 발가는 대로 클래식의 향기를 찾아 헤매는 누구나 꿈꾸던 그런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탈리아는 사실 고전 클래식 음악하고 잘 연결이 안되는 곳이다. 이탈리아 하면 고대 로마의 광대한 유적이나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가들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도 수많은 음악가들이 있었고, 또 우리가 아는 수많은 음악가들이 이탈리아를 사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취를 쫓아 이탈리아로 몰려들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독일처럼 '국가'보다는 '도시'가 우선되는 곳이기에, 통일된 지금까지도 각 도시별로 그 특성이 뚜렷하다. 그렇기에 한 도시만을 가보고 이탈리아를 논할 수 없는 것이다. 나 역시 베네치아와 로마 두곳밖에 가보지 않았기에 (그조차 새발의 피) 저자가 늘어놓는 이탈리아 예찬에 푹 빠질수 밖에 없었다. 북부의 화려한 관문 도시들에서부터 남부의 다소 느슨한 도시들까지, 유명하고 번화한 도시들부터 낙후되고 전원적인 도시들까지 저자는 그 매력을 샅샅히 찾아내고 있다.

 각 챕터마다 도시의 특성과 함께 그 도시의 예술적 가치, 건물이나 조각, 미술에 걸친 대략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그 고장에 얽힌 클래식적 일화, 그 고장에서 배출한 유명한 음악가, 그 고장을 사랑했던 음악가및 예술가에 대한 설명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심지어 그리고 현대의 여행자인 저자가 즐겨찾는 찻집이나 오페라 하우스, 호텔과 같은 팁들도 숨어있어 상당히 흥미롭다.

 무엇보다 누구나 꿈꾸는 그런 한가롭고도 감수성을 자극하는 그런 여행이 이 책 안에는 있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는 어떤 관광안내 서적보다도 마음에 다가오는 책이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클래식 음악을 찾으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덕분에 좀더 시야가 트인것같은 느낌이다.

 한가지 단점은 역시 읽으면 읽을수록 치밀어 오르는 여행에 대한욕구와, 이탈리안 피자 및 파스타에 대한 식탐, 그리고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주체할 수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것을 포함해,  피폐해진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책을 읽게되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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