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 (양장)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태까지 쭉 해리포터를 기다려오고 팬이었던 사람이라면, 7권을 읽을 쯤에서는 책을 읽음과 동시에 작가가 설치해놓은 복선을 찾는것이 버릇처럼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6편 혼혈왕자를 다 읽었을때 나는 본능적으로 '스네이프'가 결국 해리를 지켜줄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조금 눈치가 있는사람이라면 스네이프가 어떤 식으로든 결백하다는것을 작가가 드러내려고 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외 RAB라던가, 앞으로 해리가 어떤식으로 볼드모트와의 최후 대결을 벌일것인가 하는것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춘기의 해리와 돌아온 볼드모트를 견디지 못하고 읽는것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작가도 말했듯이 이 이야기는 특별히 원래 밝았던 것만도 아니고, 어떤 특정대상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작품은 점점 완성도를 높여왔다. 시리즈의 전반부가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는데 집중했다면 불의잔을 기점으로 작가는 이미 최종권을 위한 복선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신선함이 떨어지지도 않는것이, 매권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고 그 새로운 소재와 이미 깔린 복선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스토리의 얼개는 점점 단단해졌다. 그 과정에서 시리우스와 덤블도어가 죽었고, 7권에서는 더 많은 인물들이 죽는다. 그러나 이 모두는 해리를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도구이며 해리가 볼드모트와 맞서 싸워 이기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을 만드는 배경이 되었다. 사실 기묘할정도로 우리의 영웅 해리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왔다. 이제와서 1권을 읽어보면 퀴렐을 물리치고 마법사의 돌을 지켜내는 해리가 어이없을 정도이다. 누구는 저주가 스치기만해도 죽는것같은데 해리는 어쩜 위기의 순간 순간마다 도움의 손길이 나타나는건지. 그러나 그것을 비웃으면서도 해리가 위기를 벗어날때마다 희열을 느끼는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것이다. 해리포터를 사랑하는 모든 독자라면, 순발력있게 위험에서 탈출하고 결국 볼드모트뿐만이 아니라 죽음까지 지배하게 된 해리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7권의 경우, 과연 마지막 편이라고 할 정도로 숨가쁜 진행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서둘러 마무리짓느라 내용이 허술하거나 미완성의 느낌을 주는것도 아니었다. 1권부터 6권까지 나왔던 모든것들이 순식간에 등장했고 또 순식간에 사라졌다. 결국 나로하여금 더 큰 감동을 위해 7권을 읽는 중간중간에 1권부터 다시한번 해리포터를 읽게 만들었다. 1권에서 나왔던 그린고트의 금고와 딜루미네이터,투명망토, 2권에서 나왔던 비밀의 방과 바실리스크, 그리핀도르의 칼, 폴리주스, 3권에서 나왔던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과 버드나무, 4권에 나왔던 볼드모트의 부활과 대결, 크룸, 5권에 나왔던 엄브릿지와 팬시브,시리우스의 거울, 필요의방, 6권에나온 호크룩스. 이 모든것이 다 언급되었고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이 외에도 일일히 말할 수 없을정도로 많은 상징들이 사용되었다. 7권에서 새로 드러난 사실 중에는 역시 무엇보다도 죽음의 성물과, 드디어 등장한 레번클로의 유령(이걸 위해 여태 등장안시킨건가 하는걸 생각하면 상당히 놀라웠다. 정말 그런걸까), 그리고 스네이프의 과거가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호크룩스를 찾는 과정과 죽음의 성물이 결합되면서 이야기는 훨씬더 다채로웠고, 결국 볼드모트와 그 추종자들이 정국을 장악하면서 벌어지는 주변상황은 좀더 쉽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했다. 누군가가 죽는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고, 서로를 믿지 못하고, 그 와중에서도 더욱더 믿음과 신뢰가 강화되었다. 결국 롤링은 죽음을 먹는 자와 최종 결투를 벌이는 이 한장면을 쓰기 위해 그렇게 공을 들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스네이프에 관해선, 처음으로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팬시브를 통해 본 스네이프의 기억과 그 후 해리가 홀로 죽음에 맞서 숲으로 들어가는 장면, 그리고 킹스 크로스 챕터는 읽는 내내 시리즈 중 최고의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그동안 해리포터를 읽으면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었다. 그리고 시리즈를 통과하는 거의 모든 의문이 풀리면서 오는 후련함도 있었다. 

내가 처음 해리포터를 알게되고, 호그와트에서 해리포터와 함께 보냈던 약 10년은 매우 행복했다. 이제 훌륭한 작품들이 모두 그랬듯이, 더이상 해리 포터를 볼 수 없다는 그 사실 하나만이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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