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 창비청소년문학 119
정은숙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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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부부와 두 명 또는 한명의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을 우리는 정상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에는 소위 정상가족이라는 말에 담긴 배재와 차별 때문에 잘 쓰이지 않는 용어긴 하지만 이미 머릿속에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박혀있는 것마저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은숙의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은 우리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주인공 선빈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집안이 망하고 어머니와 자신은 반지하방에 밀려나는 과정에서 사실상 아버지가 부재한, 아니 없는 것 만 못한 상황에 마주한다. 그리고 기존에 다니던 소위 좋은 학교에서 그렇지 못한 평범한 학교로 전학가면서 새로 알게 된 친구인 민하와 승진, 그리고 반지하방 주인인 라떼 여사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그들의 가정사를 알게 된다.

 

작품을 통해 주인공이 무엇을 깨닫고 어느 면에서 성장했는지를 아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대오각성해서 새사람이 되는 것이 쉬운 일인가. 어느 청소년 소설처럼 훌륭한 어른을 만나서 사람이 변하는 것이 세상에 자주 일어나는 것인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불행과 타인의 불행을 통해 불행에 견디는 힘 그리고 자기 옆에 타인의 자리를 내주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사실 이 정도도 대단한 성장이다.

 

사실 제목처럼 주인공들은 완벽한 가족을 만들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 아니 이미 완벽한 가족이 자신들에겐 불가능한 것임을 깨닫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아니면 마을버스를 놓친 다음,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가족이 부재한 그들이 옆 자리를 친구들로 채우는 모습이 일종의 완벽한 가족의 대안이라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당당해지기를 바라면서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본다.

 

누구처럼 고수가 아니어서인지 선빈은 불행이 시시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고통과 쪽팔림을 같이 나눌 이들이 있다면 불행이 만만하게 보일 날도 오지 않을까 믿고 싶어졌다. 앞으로도 느닷없이 비는 오고 대략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뭐 이까짓 것쯤이야 말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저 멀리 빗줄기를 뚫고 버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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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홀리데이 : 교토·나라·고베·와카야마 - 2023-2024 최신 개정판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6
인페인터글로벌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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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는 도쿄지만,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 권은 관광지로서 매력으로 볼 때 도쿄에 밀리지 않고, 어찌 보면 서울과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도쿄보다 우리나라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도쿄는 한 번 가봤지만 오사카는 두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꿈의지도에서 2023년에 출간된 『오사카 홀리데이』는 오사카 여행안내이면서 표지에서처럼 교토, 고베, 나라, 와카야마에 대한 안내도 제공한다. 


여타의 여행 책처럼 일본 여행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구글지도, 여행경비, 입국절치 등—로 시작하는 『오사카 홀리데이』는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 지역에서 보고, 활동하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한 후에 책의 절반 정도 분량을 오사카에 집중한다. 다소 난산한 감이 있는 오사카를 그리다, 오사카를 즐기다, 오사카를 먹다, 오사카를 사다, 오사카에서 자다는 내가 여태껏 본 오사카 여행 책 중에서 오사카에 대한 가장 상세한 정도를 수록하고 있어서 주목할 만했다. 다른 부분과 겹치거나 연결되는 항목에 대한 cross reference가 있으면 좀 더 활용도가 높아질 것 같다.


『오사카 홀리데이』의 후반부는 지역별 가이드로서, 이 부분에서는 오사카 지역을 기타 오사카, 미나미 오사카, 덴노지, 오사카성, 베이 에어리어로 나누었고, 나머지 간사이 지역을 오사카 근교 지역 가이드로서 교토, 고베, 나라, 와카야마로 구분지어서 설명한다. 오사카만 놓고 볼 때는 그 어느 여행서보다 상세한 장점이 있는 반면에, 과거의 일본을 볼 수 있는 교토와 나라라는, 특히 천년의 고도인 교토에 대해선 부족한 감이 있다.


결론적으로, 오사카에 집중해서—사실 간사이 지역을 가는 우리나라 관광객은 대부분 이런 패턴이다—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겐 훌륭한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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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유기, 근대 한국인의 첫 중국 여행기
이병헌 지음, 김태희 외 옮김 / 빈빈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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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비롯하여 전근대 시대의 한국인들이 남긴 여행기 특히 중국 여행기는 찾기 어렵지 않다. 전근대 한국인의 시각에서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었으니 그들에게 중국을 여행한다는 것은 현대 한국인들이 미국에 가는 것과 동급 아니 그 이상일 것이다. 


하지만 진암 이병헌(1870-1940)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부터 1925년까지 다섯 번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고, 최근에 빈빈책방에서 번역 간행된 『중화유기, 근대 한국인의 첫 중국 여행기』는 그중 두 차례의 중국 여행 경험을 싣고 있다. 


비록 『중화유기』가 일제강점기에 출간되었지만, 이 책은 망국의 한이라든지 독립에의 염원이라든지 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저자가 일제에 순응했거나 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은 당대의 시대적 상황보다는 여행기 그 자체에 집중한다.


『중화유기』는 출발부터 압록강을 건너 만주를 지나 중국 대륙에 이르는 행장을 자세히 기록한다. 마치 눈앞의 모습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신념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국의 자연 풍경, 문화적 풍습 등을 자세히 전달한다. 조선시대의 사신들과는 달리 기차로 이동했던 저자지만 이런 면의 상세함에 있어서 만큼은 열하일기 못지않다. 각 지역의 문화라든지 그 지역의 옛이야기라든지 등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중화유기』의 탁월한 점은 중국의 변화에 대한 언급이다. 베이징에서 중국의 수백 종에 대한 신문을 언급한다든지 그곳에 주둔 중인 독일군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열강에 의한 근대화라는 아시아의 보편적인 상황을 상기시킨다. 


또한 이 책은 공자의 묘가 있는 곡부에 대한 부분에서 절정에 달한다. 유교적 지식인으로서 저자는 곡부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채운다. 공자의 묘라든지 건물이라든지 공자를 모시는 제사라든지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 이병헌의 중국 여행의 목적을 알려준다. 


유학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나를 포함한 보통 독자가 『중화유기』의 저자가 중국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여행지에 두고 왔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백 년도 넘는 과거에 사고방식이건 글을 쓰는 관행이건 우리와 많은 차이를 보이는 저자에 의한 기록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천동설을 믿을 정도로 당시의 기준으로 봐도 자연과학적 세계 인식이라는 측면에서는 허점이 있는 『중화유기』가 2023년의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공자의 신위 앞에서 저자가 읽는 기도문(180-82)을, 이 글에서 저자의 절절한 심정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부분을 한 문장씩 묵상해본다. 아직 내 공부가 부족하니 다음번 읽기를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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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 - 2023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선정작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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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바쿠닌(1814-1876)은 19세기 러시아의 정치 철학자, 혁명가이자 아나키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마르크스와 함께 근대 사회에 있어서 근본적 변혁에 대한 이론과 실천에서 양대 산맥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대에 있어서만큼은 오히려 영향력에 있어서 마르크스와 엥겔스 이상이었다.


바쿠닌의 가계와 당시 사회적 배경에 대한 서술로 시작한, 한국인에 의해 쓰여진 최초의 바쿠닌 평전인 박홍규 저 『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 (틈새의시간, 2023)은 청춘의 낭만객으로서 미하일 바쿠닌을 개괄한 다음, 곧 자유의 혁명가로서, 즉 본격적으로 아나키스트에 걸맞는 이름을 떨치데게 되는 제1인터내셔널 시기로 넘어간다.


이 시기의 바쿠닌은 개인의 자유와 권력 집중의 반대를 주장하였으며, 국가와 국가적인 권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그는 자유 연합(Freedom Alliance)과 같은 조직을 통해 혁명을 주도하고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다. 바쿠닌은 민주주의와 자율적인 조합체, 지방 자치를 통해 사회적인 질서를 구현하는 것을 주장하였으며, 중앙집권적인 국가를 비판한다.


바쿠닌의 사상은 경제, 정치, 사회 문제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쳤지만 불행히도 마르크스와 엥겔스처럼 체계적인 저술을 남기지 못했고, 특히 현실 사회주의 혁명에서 마르크스주의자인 레닌과 그의 후계자인 스탈린의 집권으로 더욱 조명 받지 못했음을 이 저서는 지적한다. 하지만 그의 아나키즘 이론이 여러 혁명 운동가들과 사상가에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아울러 강조한다.


혁명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라도 달려 나갔던 미하일 바쿠닌의 열정이 신자유주의 및 소위 세계화, 그리고 최근의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영감을 줄 수 없을까. 99퍼센트의 희생 위에 1%의 부를 가능하게 만드는 거대 기업 및 국가 조직이 지구 어딘가에서 끊임없는 전쟁을 만들어 내는 이 시기에 수직적 권력 조직을 해체하고 수평적인 자유 평등 사회를 만들어내려는 데에 노력을 기울인 바쿠닌을 언제나 푸르른 청춘인 오월의—바쿠닌은 1814년 5월에 태어났다—혁명가로 재조명해서 한 번 쯤은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비록 이 책이 바쿠닌에 대한 2차 저술에 많이 의지한 면이 보여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후에 이 책으로 자극받은 누군가가 본격적으로 바쿠닌의 대표 저서인 『국가주의와 아나키』부터 번역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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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홋카이도 - 2023년 최신 개정판 디스 이즈 시리즈
권예나.김민정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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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해외여행은 2010년 2월 홋카이도였다. 그리고 다음 해 8월 두 번째로 방문하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여행을 많이 가봤다는 사람 중에서도 못 가본 경우가 드물지 않은 홋카이도여행을 나는 2년 연속 가게 된 셈이었다. 그리고 겨울과 여름이라는, 홋카이도의 매력이 최대치로 올라가는 계절에 말이다.



테라출판사의 디스 이즈 홋카이도는 두 번에 걸친 나의 홋카이도 여행의 추억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그리고 세 번째 여행을 지르도록 나를 유혹하는 책이다. 


홋카이도 여행 개관, 준비 과정, 추천 일정 등을 간략히 개관한 다음, 디스 이즈 홋카이도는 삿포로, 오타루, 하코다테, 노보리베츠 & 토야, 후라노 & 비에이 & 아사히카와라는, 홋카이도를 관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또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괜찮은—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교통편이 좋지 않은 장소도 꽤 섞여있다—곳들에 책의 약 4/5를 할당한다.


이곳들은 모두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이고, 해당 장소만 잘 계획 세워서 방문해도 다른 일본 여행에서는 맛보기 힘든 홋카이도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도록 디스 이즈 홋카이도는 필요한 경우는 사진으로, 또는 자세한 말로서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리고 먹을 곳, 잘 곳, 쇼핑할 곳들을 적절히 섞어서 배치한다.


개인적으로 오타루 편에서 2011년에 우리가 걸었던 코스를 그대로 추천하고 있던 점이 반가웠고 신기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북해도에서도 오지라 부를 수 있는 토카치 & 오히비로, 쿠시로 & 마슈 & 쿠샤로 & 아칸, 아바시리 & 시레토코, 왓카나이 & 리시리 섬 & 레분 섬을 다룬다.

접근성이 떨어져서 렌터카 이용이 권장되는 곳들인데, 오른쪽 핸들과 좌측통행이라는 일본 교통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책을 만들면서 취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독자를 위해서 최대한 꼼꼼하게 작성하였다. 특히 렌터카가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도움을 주려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만일 이번 여름에 세 번째로 홋카이도 여행을 떠난다면 저 곳들 중 딱 한 곳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안 비밀이다.



도쿄, 오사카(+교토), 규슈 등을 가본, 그것도 몇 번씩 가본 사람은 많지만 일본 좀 가봤다는 사람 중에서도 홋카이도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디스 이즈 홋카이도는 지금까지의 일본 여행과 다른 일본 여행을 생각하는 독자들을 홋카이도라는 특이한 곳으로 유혹하는 책임에 틀림없다. 올해 신치토세(삿포로) 공항에 착륙하는 관광객의 가방 속에 이 책이 들어있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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