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 1일차입니다 냥이문고 1
허도윤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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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솔직한 리뷰인지 여부는 읽는 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무엇보다 망한들 어떠하겠는가. 글 작가의 장점이 무언데, 날리는 돈이 없다는 건데. 점포를 세냈어, 수천만원짜리 악기를 샀어, 작업실을 캔버스로 채웠어. 시간이 아깝고 쪽팔려서 그렇지 뭐! 그뿐인가? 망한 경험도 나중에 소재로 써먹으면 되는데 뭐!
95쪽

코로나로 본의 아니게 시간이 많아지고 수입은 줄고 답답한 마음에 폰을 열어서 여기저기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다보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보인다. 웹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창작의 문턱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것 같고 웹소설로 한 달에 얼마를 번다는 소문도 가끔 들린다. 순수문학은 왠지 어려울 것 같고 그래서 써볼 엄두가 안 났는데, 왠지 웹소설은 나도 저 정도는 노력만 하면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어쩌면 나도? 하지만 당장 글을 써볼 용기가 안나니 웹소설 쓰기 책을 찾아본다. 그런 독자 겸 잠재적 작가의 요구를 반영이나 하는 듯이 인터넷 서점에 검색어로 “웹소설”을 입력하면 의외로 여러 권의 책들이 튀어나온다.

 

허도윤의 『웹소설 작가 1일차입니다』는 웹소설에 대한 소위 작법서는 절대 아니다.

 

대신 하지만 웹소설을 여태껏 쓰기는커녕 읽어본 적도 없던 사람이 어떻게 웹소설이라는 물건을 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처음에는 독자로 시작했다가 어떤 과정을 통해 작가가 되었는지에 대한 본인의 이야기를 『웹소설 작가 1일차입니다』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그러면서 일단 작가가 된 후에 겪은 시행착오들과 다양한 영역을 시도해 본 이야기, 소위 혹평이란 것을 받았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작법서로서 전혀 쓸모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50편이 넘는 소설을 써왔던 작가가 풀어내는 본인의 이야기인 만큼 그 중에서 실제 창작에 도움 될 만한 것들을 끌어내자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지 웹소설이란 건 대체 어떤 물건이고 순수문학과의 차이는 무엇이며 세부 장르는 어떤 것들이 있고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고 시점은 어쩌고 플롯은 어쩌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책은 아니라는 정도.

 

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이 가독성이다.

 

웹소설을 처음 접하게 된 장면에서부터

웹소설가로서의 경험을 자신의 소설로 녹여낸 부분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저자 허도윤은 글을 꽤나 재미있게 쓰는 재주가 있다. 읽다보면 어느새 좀 더 이야기를 해주지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둘째로는 이 책의 휴대성이 나름 장점이다.

컴싸와 비교되듯이 요새 나온 폰의 크기와 얼마 차이나지 않는데다가 150쪽의 분량이니 작은 가방에 쏙 집이 넣었다가 시간 날 때 슥 빼서 한 손으로 책을 들고 다른 손으로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웹소설 작가 1일차입니다』에서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꼽자면 역시 무조건 써보라는 부분이다. 소설 쓰기에 재능이 있을지 없을지 몰라서 망설인다고? 그러면 일단 써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단, 삼세판이라고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삼세번 정도는 까여보라고 한다. 독자에게 까이건 웹소설 플랫폼에 까이건 간에 기본으로 세 번 까이고 나면 이 짓을 계속 해도 될지 아닐지는 스스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뭐건 간에 머릿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일단 써보는 것. 설령 말이 아니라 barking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망해봐야 코인 떡락한 것도 아니고 벼락거지된 것도 아니고 한강 바닥에서 물고기와 정모하게 되는 것도 아닌데 좀 망하면 어떠하리. 이보다 더 직관적인 격려가 있을 수 있을까.

이 책의 단점들 중 딱 하나만 그러나 꽤 아픈 단점을 꼽자면 문고판 사이즈에 150쪽의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정가 기준 12,000원이라는 가격이다. 저 돈으로 웹소설 유료 쿠키를 구우면... 그래서 도서관에 신청해서 갖고 다니면서 자기 마음에 들어오는 것은 메모를 하고 좀 아니다 싶은 것은 책과 함께 다시 도서관에 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허도윤의 『웹소설 작가 1일차입니다』는 최소한 그럴 정도의 가치는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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