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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 Late Autum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적한 동네. 조용한 아침.

인도를 따라 한 여인이 하염없이 걸어 내려온다.

반쯤은 얼이 나간듯 보이는 그 여자.

화면 앞까지 다가와 클로즈업 된 그 여자의 얼굴은 엉망이다.

멍든 눈, 부어오른뺨, 얇은 원피스 하나만 걸친 채 정신없이 걷던 그 여자.

순간 무언가에 쫓기듯 뒤를 돌아본다. 그러더니 온길을 되짚어 뛰어간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은 여전히 없어보이고, 발걸음은 다급해 보인다.

이윽고 집안으로 들어간 여자가 계단을 올라가니 그곳엔 의식없이 누워있는 한 남자가 있고, 종이들은 이곳저곳 흩어져있다.

그 여자와 어떤 남자가 찍은 사진도 보인다.

무언가를 급히 감추듯이 종이들을 치우는 손이 떨린다.

치우지 못한 종이들을 하나씩 뜯어 아예 없애려는듯 입으로 가져가 꿀꺽 삼킨다. 여전히 손은 떨고 있고 눈동자는 불안하고 행동은 다급하다.

창밖으로 들리는 패트롤카의 싸이렌 소리......

 

그리고 7년 후.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과 맞바꾼 72시간의 자유를 갖고 시애틀로 향한다.

 

익숙하지 않은 듯 경직된 표정으로 새이틀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 그녀.

어디쯤 왔ㅇ까.. 경유지에 정차하는 버스에 쫓기듯 다급하게 오르는 한 남자를 만난다.

30달러를 빌리는 대신 그는 시계를 풀어주며 자신한테는 소중한 물건이니 잃어버리지 말라 한다.

시애틀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며 그 남자는 그녀에게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고 돌아선다.

하지만 그녀는 가차없이 명함을 버리지만, 결국 하루 후 그녀는 기차역에서 고민한다.

그리고 그와 하루전에 헤어졌던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그를 만난다.

그녀의 남은 시간을 공유하는 둘. 중국인 여자 애나와 한국인 남자 훈. 그들의 짧은 사랑은 어떻게 끝이 날까......

 

 

 

 

솔직히 내용만 보자면 예고편에서 나온 내용이 이야기의 전부일지 모른다.

 

어쩌면 사랑에 버림받아 인생이 꼬여버린 여자와 여자들에게 돈을 받으며 자신을 파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일탈을 꿈꾸지만 바로 현실을 직시할 수 밖에 없는 그녀와 자신의 모든것을 팔아 꿈을 이루려는 그. 그런 그들이 만났다.
영어가 아니면 의사소통도 할 수 없다.
처음에는 서로의 이름도 몰랐고, 나이도 모르고 어디사는지 무슨일을 하는지 서로 묻지 않은채, 아니, 어쩌면 마음조차 보여주지 않는 채 둘은 그냥 만났을 뿐이다.

 

시애틀의 변덕스러운 날씨.
안개낀 하늘, 잔뜩 습기먹어 축축한 공기. 쏟아지는 빗방울.
배경조차도 마치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듯 쉽게 맑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시애틀 시내를 관광하던 그때 잠깐 비춘 햇빛은 그 순간만큼은 따뜻했을 둘의 평온을 보여 주는 듯 하다.

 

문닫은 놀이공원에서 한때를 보내던 그들앞에 나타난 어느 커플.
그와 그녀는 관객이 되어 마치 창틀이라는 스크린에 갇힌 그 커플을 바라본다.
그 둘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상관없다.
그들은 어느새 훈과 애나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훈은 꾹꾹 억눌러 놓았던 애나의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게 도와준다.

 

훈이 아는 중국어의 전부. 好(hao) / 坏(huai). 좋다 / 나쁘다.
훈이 중국어로 말하는 애나의 이야기를 알아 듣지 못해도 애나는 상관없었다.
하오와 화이로 적절하게 대답해주며 듣던 훈도 알아듣지 못한 그 이야기가 중요한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자신의 감정을 쏟아낼수 있는 훈이라는 매개체가 중요할 뿐이었다.
엄마의 장례식에서도 애나는 훈으로 인해 자신의 억눌렸던 감정들, 원망들을 모두 토해낸다.

 

그리고 72시간의 끝. 다시 감옥으로 향하는 애나와 그 뒤를 따르는 훈.
안개 덕분에 국도변 바닷가 어느 까페 앞에 멈춰선 버스에서 내린 둘.
그들은 그곳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를 나누며 그녀가 나오는날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우연히 만났을때와 마찬가지로, 마치 안개가 낀 꿈속에서 잠깐 만났었던듯 훈은 애나에게 시계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렇게 그 둘은 기약없는 이별을 한다.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
까페에 앉아 커피한잔과 조각케익을 앞에 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애나의 모습을 5분이 넘는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얼굴엔 어떤 기대감이 어려있고, 사람들의 작은 소리와 딸랑거리는 문 소리가 한번씩 날 때마다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시애틀에서 그를 만났던 그때 보다는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운 표정이다.

 

 

 

 


늦가을. 낙엽이 모두 떨어져 스산한 그때 봤더라면 더 좋았을 영화.
여름의 찬란함을 잃고, 가을의 화려함도 가고, 이제는 겨울을 시작할 준비를 해야하는 시린 늦가을의 모습처럼 훈과 애나는 짧은 사랑을 했다.
어떤 육체적 접촉이 있었거나 구구절절한 고백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향한 눈빛만으로도 지나치듯 스치는 미소만으로도 그들은 그렇게 사랑을 만났다.


시크릿가든에서 얻은 현빈이라는 배우의 인기덕에 뒤늦게 개봉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수 있다면 오히려 행운일 것이다.

요 근래에 기대를 갖고 봤던 영화들중에 난 단연 최고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무언가를 많이 기대하고 특히 현빈을 보기만을 원한다면 이 영화 보기를 권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현빈 영화라기 보담은 탕웨이에 더 초점이 맞혀진 영화인듯 싶었다.
여하튼, 그런것들을 원하며 온 많은 고등학생들이 도대체 이게 뭐야.. 이러면서 나가는걸 봤다.
그래서 엔딩후 울컥하던 나의 시린 감정들이 반감되어 참.. 기분이 찝찝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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