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얻는 남자, 그녀를 잃는 남자
오월 지음 / 청어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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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님의 5년만의 신간이다.

전작 <삼나무 숲의 겨울>을 몇번이고 돌려읽은 나는 예약판매 뜨던 그 순간부터 기다렸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 하면서.

 

내용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 이기 때문에, 스포일러 경고를 미리 해야겠다.

스포일러 싫어하시는 분들은 그냥 다른분들 리뷰도 찾아보지 마시고 무조건 책을 읽으시라고 강력하게 권해 드리고 싶다.

이 리뷰도 물론, 이대로 창을 꺼 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한상헌과 강은란, 임주형과 강은란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강은란의 사랑 이야기이다.

은란이라는 여자가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떻게 이별을 했으며, 새로운 어떤 사랑을 만났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탠다드한 로맨스소설 독자들이 원하는 주인공에 두 사람에게 집중된 이야기도 아니다.

샤방샤방 달달 해피엔딩의 이야기도 결코 아닐 수 있다.

그냥 30대의 보통 여자 은란이가 사랑했던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인지라, 남자 주인공과 조연의 분량도 반반 정도로 나뉜다.

 

은란은 참 욕심이 많은 여자다.

로스쿨에 다니는 은란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명확한 일이 있고, 그를 위해 몇년째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능력도 있고 욕심이 있는 은란에게 상헌과 주형은 어떤 남자들이었을까.

 

분명 상헌은 은란을 사랑했다. 물론, 은란도 상헌을 사랑했다.

하지만, 상헌은 은란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은란을 자신의 스타일로 바꾸려 했고, 자신을 위해 은란이 살아주길 원했다.

은란이 원하던 것은 자신이 잘 자랄 수 있게끔 도와주는 햇빛과 물이었지만,

상헌이 은란에게 되어주고 싶은 것은 하염없이 감싸만 주는 큰 울타리였었다.

상헌이 생각하던 결혼생활과 은란이 생각하던 결혼에 대한 가치관.

이 정도 나이의 여자들이라면 누구든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일들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은란의 고민에 이은 선택에 잘했다고, 괜찮다고,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라고 마음으로 위로해 주었다.

그렇게 은란은 상헌과 헤어지고 불면의 시간을 지낸다.

 

그 불면의 시간 안에 성큼 걸어오는 남자 주형이 있었다.

은란과는 10년 전 잠깐 스쳐 지난 사이의 그 남자가 은란에게 다가와 해 주는 일은, 조용히 은란을 지켜보는 일.

은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은란을 이해해주며, 은란의 현재를 응원해 준다.

그리고 은란도 진실한 마음을 주형에게 털어놓는다.

자신의 현재에 대해, 자신의 한계에 대해, 그 고민에 대해.

그리고 주형은 대답한다. 이미 자신은 은란으로 인해 바뀌어 가고 있다고.

이보다 더 진실한 고백이 어디 있을까.

고요하게 흘러가는 물인 자신을 생기롭게 해주는 은란이라는 여자 덕에 더 큰 물이 되고 싶다던 이 남자의 바람이

어찌 감동스럽지 않을 수가 있을까.

 

로맨스 소설 안에 그려지는 남자들이 어차피 다 판타지이고 이상향이라고 하지만,

주형은 지금껏 보아 왔던 여느 로설남주들과는 조금 다른 진중함과 큰 배려덕에

나에게는, 정말 사랑스럽지만 가장 판타지스러운 인물로 기억될 것 같다.

 

어찌보면 <삼나무 숲의 겨울>의 설정들이 조금씩 눈에 띄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 여자친구와 진한 애정표현을 서슴치 않던 선우의 모습도 조금 엿보이고,

사랑보다 자신의 꿈이 더 컸던 세윤과 은란을 비교하며 보게 되었고,

서서히 가까워지다 사랑에 빠지는 두 사람-물론 주형은 처음부터 아니었지만-의 모습도 조금 겹치게 생각된다.

그렇다고 그러한 설정들이 똑같거나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언뜻언뜻 오버랩된다 생각하는 것 뿐이다.

나는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전작도 참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로설독자들에게 어쩔 수 없이 취향 탈 이야기일 것 같다며 혼자 걱정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책들이야 말로, 내가 계속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를 사랑하며 읽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본부장님, 실장님, 사장님의 냉철하고 각잡는 돈 많은 남자들이 나와,

다짜고짜 넌 내꺼야, 사랑하니 침대로.. 의 흔하디 흔하고 이제는 지루하기까지 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이 아니라,

정말 사랑에 대한 고민과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 맘때의 여자들이 갖고 있는 고민 등을

조금이나마 마음안에서 나눌 수 있는 이런 보석같은 이야기들 덕에 난 오늘도 로맨스 소설을 읽는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말이다.

 

 

참 좋은 이야기와 문장들을 그려주는 작가님들.

그 무엇에도 지지 말고, 언제나 건필하시길... 감사함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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