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페이지 공부법 - 한 번 정리로 수능 과목이 머릿속에 통째로 복사되는
홍민영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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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인생 어딘가에서 <공부>라는 것을 하고, 어쩔 수 없이 성적으로 평가되는 상황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신경 쓰이는 게 점수 아닐까 싶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임은 명백한 사실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시간 공부해도 성적이 더 오르는 비결>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오늘 읽은 <1페이지 공부법>에서 시도해보면 좋을 공부법을 소개해준다. 

이 책의 저자 홍민영은 2020학년도 수능 만점자로 서울대 사회학과에 진학했고, <공부가 머니?>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본인의 공부법을 소개한 이력이 있다. 공부법에 정해진 답은 없지만, 이 공부법을 통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이 직접 이 책을 썼기 때문에 배울 점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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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 공부법>을 사용하면, 제한된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채워 넣어야 한다. 아무리 글씨를 작게 쓰고 내용을 간소화한다고 해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학생 자신이, 필기에 담을 내용을 직접 골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P.26.


-요약(summary)은 Reading 수업에서 특히 빠지지 않고 시키는 과제 중에 하나이다. 요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학생이 배운 것을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요약하는 과제를 가장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이유는 배운 것을 다시 설명한다는 것이 꽤 어렵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아이들이 핑계 삼아 늘 하는 말: "이해는 했는데 설명을 못하겠어요." 


맞다. 이해 못했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이해했다고 해서 요약을 시키지 않은 채 넘어가버리면 시험에서 열이면 열 응용하는 방법을 전혀 캐치하지 못한다. But, 요약을 한 학생들은 배운 콘셉트에 대해 다양한 문제들이 나와도 자신들이 아는 지식을 제대로 응용할 줄 안다. 이것이 요약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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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부는 내가 하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는 오래가지 못하고, 주변에서 모두 좋다고 하는 공부법이라도 내 것으로 체화시키지 못하면 독이 된다." P.8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것은,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들과 등 떠밀려서 하는 학생들의 성적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는 학생들은 1을 알려주면 10을 가져가지만, 등 떠밀려서 하는 학생들, 공부에 대한 자신의 주관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는 학생들은 1을 알려주면 1"만" 가져가거나 그 이하를 가져간다. 이것은 나중에 복리가 되어 학생들 간의 큰 간극을 만든다. 공부 -- 그것이 책을 통한 공부든, 경험을 통한 공부든 -- 를 할 때 꼭 내 것으로 체화시키는 단계를 밟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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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고 있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특히 수능을 앞둔 학생들이라면 더더욱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수능을 준비하면서 저자가 플래너와 시간관리를 얼마나 철저하게 했는지 볼 수 있고, 직접 사용한 플래너를 찍은 사진들을 포함하여 영상 QR코드까지 제공이 되어있으며, 수능 과목별 공부 비법까지 세세하게 나와있어서 도움이 많이 될 듯싶다. 멘털 관리법과 슬럼프에서 잘 빠져나오는 방법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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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C 레볼루션 -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마켓 체인저의 필수 전략
로런스 인그래시아 지음, 안기순 옮김 / 부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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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된 디지털 세계에서의 삶.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트린 것처럼, D2C를 무기로 골리앗 기업을 쓰러뜨린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연신 <대박>을 외쳤더란다. 


아날로그 감성이 그득한 90년도에 태어나 지금까지, 디지털과 더 가까이 살았다면 살았겠지만, 아직도 단순한 영상 하나로 대박을 치고 세계적인 기업들을 거뜬히 넘어서는 스타트업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정말이지 요즘은 <알고리즘>과 <브랜딩>이 만난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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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의 <D2C 레볼루션>에서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마켓 체인저가 되기 위해 꼭 밟아야 하는 필수 스텝, D2C (Direct to Consumer)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케이스들도 굉장히 많아서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는 브랜드들의 지금이 있기까지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는지 배울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이다. 또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몇 주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더더욱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Key Point:

고객은 좋은 제품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원한다.


소비자로서 (맥시멀 리스트로써) 물건을 자주 구입한다. 구입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내가 열심히 벌어서 쓴 돈을 물건에 투자를 할 때, 합리적인 선택인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 물건을 사기 전에 크게 고민을 하지 않는 편이라서 더 그렇다. (사놓고 후회는 왜 하는 건지.) 


사실상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이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와**를 자주 애용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지금은 더 이상 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을 잘못 만드는 기업들도 문제지만, 제품의 완성도를 확인도 안 하고 크라우드펀딩에 떡하니 내놓을 수 있게 허락해주는 와**가 더 나쁘다. 확인을 했다고? 확인했다면 절대 물건들의 퀄리티가 이렇게 낮을 수 없다. 오히려 확인을 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기업 얼굴에 침 뱉는 격일 듯.)


와**를 통해서 물건을 36번 샀으니 (좋아하는 브랜드의 제품은 여러 번 샀기 때문에 숫자가 꽤 높다), 한 때 와**에 진심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몇몇 브랜드의 제품 외에는 내가 거의 만족을 하지 못했다. 이유는 제품 설명란에 쓰여 있는 것과 실물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크라우드펀딩 특성상 환불은 안된다고 딱 잡아떼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솔직히 <크라우드 펀딩>이라 하면 말 그대로 사람들이 모여서 제품을 밀어주는 것인데, 그런 소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이기는커녕 적반하장 식으로 환불은 안된다 식이니 기가 찰 노릇이지. 

그렇게 속으면서도 와**를 놓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제품의 <유니크함> 때문이었다. 시중에서는 살 수 없다는 <한정판>에 속고,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살 것 같은 <불안함>까지 더해지니, 마음에 드는 제품이 생기면 지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물건 사는 것을 좋아하고 맥시멀 리스트인 내가 와**에 손을 뗀 이유가 있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와**에서 고데기를 샀었는데, 무선 고데기에 3만 원도 안 하는 제품이라고 해서 펀딩을 했었다. 동생이 앞머리 고데기가 필요하다고 하기도 했었고, 또 동생이 루나를 데리고 펜션에 자주 다니는데, 선이 있으면 강아지들이 왔다 갔다 하다가 사고라도 날까 봐서 무선이라는 말에 냉큼 샀다. 그런데 내가 받은 제품에는 분명 하자가 있었다. 배터리가 충전이 되지 않았고, 풀 충전이었을 때의 열이 너무 약했다. 


마음 같아서는 환불을 하고 싶었으나, again, 크라우드 펀딩이라 환불이 안된다고 해서 교환을 요청했다. 


솔직히 여기서부터 나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1. 고데기를 다시 싸서 박스에 동봉하여 내놓아야 한다는 것 - 시간 낭비 

2. 본사에 도착해서 확인을 했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택배비를 내가 물어야 한다는 것 - 돈 낭비 

하지만 내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10000% 확신했기 때문에 택배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며칠 후, 내게 문자가 왔는데 내용인즉슨, 내 고데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아주 잘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착불로 택배를 보내겠다고 연락이 왔다. 


??????? 네??????????? 


바로 전화를 했다. 정말 내 제품에 문제가 없는 것이냐 물었다. 

우리 집에서는 충전기를 바꾸고 3시간 동안 충전을 해도 안되던 것이 거기에 가니 왜 그렇게 잘되는 건지 의아하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마디 덧붙였다.


"만일 그 제품이 다시 우리 집에 와서도 안되었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 고데기 때문에 들인 시간이 너무 많습니다. 또다시 보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환불해주실 건가요?" 


"고객님 죄송합니다만 환불은 안됩니다." 


속에서 천불이 났지만 참았다. 

그리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해서 환불 안 되는 것 아닙니다. 저 와디즈에서 환불받은 적 있어요. 물건에 하자가 있고 설명과 실물이 너무 다르면 해주셔야죠. 언제까지 교환만 계속하고 있어야 하나요? 환불받은 것 못 믿으시겠으면 제가 내역 다 뽑아서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제 포인트는 환불이 아니라 <충전이 잘 되고 앞머리를 말 수 있는 정도의 열이 뿜어져 나오는 제대로 된 고데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저 이거 쓸려고 산겁니다. 그리고 제품에 하자가 있는 건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는 고데기를 위해서 돈을 지불했고요." 


그랬더니 할 말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사실 여기서부터 이상했다. 고데기가 그렇게 "멀쩡하게" 된다면, "하자가 없는 거"라면 다시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을까?)


하루 뒤에 문자가 왔다. 내 고데기에 문제가 있단다. 그렇지만 충전 부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란다. 

그럼 도대체 무슨 문제가 또 있었다는 거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말끝을 흐린다. (그래서 잘 못 들었다.) 


결론적으로 여기서 나는 모든 신뢰를 잃었다. 

내가 그들의 말을 덥석 믿고 그 고데기를 받았더라면, 아마 다시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혹은, 3만 원 짜리니까, 보내고 받고 하는 게 시간낭비니까 그냥 버리자, 라며 포기했을 수도. (그걸 노린 걸까?) 


어쨌든. 다시 교환받은 고데기는 받자마자 충전도 해봤고 잘 되는 것도 확인했다. 


BUT, 결과적으로 그 고데기는 아무도 쓰지 않는다. 

새것 박스 안에 둔 채 그대로 있다.


왜일까?


좋은 제품도 아니었고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생각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 물건을 볼 때마다 기분 좋은 마음보다는 언짢음이 앞서는 건 사실이니, 굳이 꺼내 쓸 이유가 없어졌다.

차라리 다른 고데기를 쓰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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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C 레볼루션>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가면 갈수록 기업과 소비자들 간의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 또는 상호작용이 더 중요해질 거라는 생각뿐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신뢰>를 잃어 가고 있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은데, 정신 차려야 한다. 신뢰는 모든 관계의 베이스다. 판매자든, 소비자든 거짓 말하지 말자. 인정할 것은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할 건 사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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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부자 수업 : 트렌드 편
백상경제연구원 외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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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큐레이션이 아주 잘되어있는 책이 있다. 바로 한빛비즈의 <출근길 부자수업 - 트렌드 편>이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내게 가장 필요한 책. 


사실 나는 차를 몰고 다녔을 시절에 운전하는 시간 조차 아까워 팟캐스트를 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멀쩡한 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겠다고 마음먹은 뒤부터는 어떻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동안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못 봤던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포켓북을 들고 다니면서 읽기도 했고, 미디엄, 퍼블리, 구독한 뉴스레터 등 스마트폰을 들고 글을 읽기도 했다. 하지만 출퇴근에 100% 적합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핑계로 들리겠지만, 스마트폰을 켠 상태로 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고역이었다. SNS의 유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출퇴근길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던 찰나에 내 손에 <출근길 부자수업>이라는 책이 들어왔고,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친절하게도 강의마다 월, 화, 수, 목, 금이 적혀 있어서 딱 주 5일간 맞춰서 읽을 수 있게 큐레이션이 되어있었고, 나는 지난 한 달간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나만의 출근 리츄얼을 만들었다. 출근 시간이 60-70분 정도 걸리는데, 그 사이에 할당된 부분을 읽고, 노트를 쓰는 것이었다. 

처음엔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는 게 쉽지는 않았다. 어깨가 쉽게 결리고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 내게 무거운 것을 오랫동안 짊어지고 다닌 다는 것은 확실한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정신이 뺏기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지난 한 달 동안 이 책을 들고 출퇴근을 하면서 깨달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출퇴근길은 심플해야 한다는 것. 무언가 큰 것을 이루고자 함은 큰 욕심이라는 것. 


여태까지 내가 출퇴근길에 하려고 했던 것들은 굉장히 장황했다 -- 이방인을 읽는다던지, 기고해야 할 글을 끝낸다던지 -- 자투리 시간을 잘 써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흔적들이다. 하지만, 나는 출퇴근길에 온전하게 집중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100%의 집중력을 보이려면 사방이 조용해야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모두가 잠든 새벽에 공부를 하고 수업 준비를 하고 책을 읽어야 능률이 오르고 마음에 드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방이 시끄럽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출퇴근 길에는 <출근길 부자수업> 책처럼 3-4장 남짓의 독서와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내 하루에 대해 되돌아본다던지, 혹은 계획을 세워 본다던지 하는 비교적 가벼운 것을 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요즘은 내 루틴대로 출퇴근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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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 시리즈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 끝나면 출퇴근에 뭐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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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으면서 느낀 건, 이런 큐레이션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너무 무겁지 않게 시리즈로 큐레이션이 잘 된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격이 걱정이라면, 얇은 책으로 여러 권 세트로 판매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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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 깐깐한 의사 제이콥의 슬기로운 의학윤리 상담소
제이콥 M. 애펠 지음, 김정아 옮김, 김준혁 감수 / 한빛비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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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따분할 때 이 책을 펴고 아무 문제나 골라라. 삶이란 게 얼마나 복잡한 건지 깨닫게 된다."


이 말에 공감에 공감을 더한다. 이 책을 집어 들기 전에 딱 30분만 읽고 자야겠다고 다짐했었더란다. 요즘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에피소드인 <내가 아빠 딸이 아니라고요?>를 읽자마자 난 깨달았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잠들 수 있다는 것을.


<도덕>과 <윤리>에 대한 토픽은 미국의 영어 선생님들이 아주 사랑하는 토픽들이다. 동물실험이 합당한 지, 의사 조력 자살은 모든 주에서 허용이 되어야 하는지 등등,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들을 던지는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의 일원으로써 개개인의 의견들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중요시 생각하기 때문이다.


Research paper 혹은 argumentative essay라고 불리는 이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logic>이다. 의견을 냈으면, 감정적으로 그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논문이나 책을 인용하여 자신의 의견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이 합당한 지, logical 한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예시는 되도록이면 깔끔하고 누구라도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예시>를 쓰는 것이다. 의견도 잘 내고, 그에 대한 이유도 아주 좋지만, 예시가 없다면 "왜? (Why?)" 그리고 "그래서? (So what?)"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나의 의견에 힘을 실어줄 좋은 예시는 필수다. 


그리고 여기, 이 책,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는 좋은 에세이의 네박자를 다 갖추었다. 

1) 까다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다. 

2) 굉장히 logical 하다. 

3) 예시가 깔끔하고 이해하기가 쉽다. 

4) 참고문헌이 상세하게 잘 나와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윤리>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 그리고 <윤리>라면 지긋지긋하나, 이에 관한 글을 많이 써야 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아, 그리고 글쓰기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 혹은 영어 에세이를 많이 읽고 첨삭하시는 선생님들께도 추천드리고 싶다. 아이들에게 던져줄 좋은 질문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내 사무실에 둘 생각이다. 수업 때 꼭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질문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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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한테 암에 걸린 사실을 알리지 말아 줄래요?

환자가 상담 도중 고백한 범죄를 알려야 할까?

사형수에게 심장을 이식받을 자격이 있을까?

재난 상황에서 의사 조력 자살을 용인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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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존엄함은 누구나 거의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지만, 기꺼이 견디겠다는 삶의 최저 질은 사람마다 무척 다르다."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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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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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던 존재는 바로 이야기 초반에 나오는 <벌레>이다. <피버 드림>의 주인공, 다비드에 따르면, 그 벌레가 생기는 <정확한 순간>을 찾아야 한다며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사실 책의 내용과 <벌레>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화자 아만다와 소년의 대화에서 <벌레>는 끊임없이 나온다. 심지어 대화의 중요한 순간이라고 여겨지는 클라이맥스 순간에도 <벌레>는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온다. 보편적으로 생각할 때,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그 대화에 상관없는 단어가 튀어나온다면 대화의 맥락도, 분위기도 산산조각 나기 마련인데, <피버 드림> 속 두 주인공의 대화 속 벌레의 존재는 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단어들과 마치 한 몸인 듯 그들의 대화 속을 자유롭게 향유한다.

<벌레>의 존재는 책의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벌레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왠지 알 것도 같다. 내가 왜 그 <벌레>에 내 마음을 빼앗겨버렸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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