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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H2O인가? - 증거, 실재론, 다원주의
장하석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1년 6월
평점 :
장하석의 <물은 H2O인가?>를 읽게 된 계기는 내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존재, <물>에 대해 더 배워보고 싶다는 심플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과학에는 젬병이기에 <물>에 대해 과학적으로만 풀이를 했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 텐데, 철학과 역사를 곁들여 물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기에, 나를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물>에 대해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페르난두 질 과학철학 국제상>을 수상할 정도로 깊이가 있는 책이고, 두께만 봐도 실로 놀라웠다. 630페이지의 본문, 20페이지가량의 <찾아보기>, 그리고 <참고문헌>만 30페이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 험난한 과정을 이겨 낼 수 있도록 <물>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조금만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가 잘 되어있기에, 살면서 꼭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물과 화학 혁명
2장: 전기분해 - 혼란의 더미와 양극의 당김
3장: HO일까, H2O일까? - 원자의 개수를 세는 법을 터득하기까지
4장: 능동적 실재 주의와 H2O의 실재성
5장: 과학에서의 다원주의 - 행동을 촉구함
"우리는 계속 배움을 이어가고 겸허하게 귀납하지만, 또한 언제든지 무언가 잘못될 수 있고 결국엔 잘못되리라고 예상한다. 실제로 잘못되면, 거기에서 또 다른 탐구 에피소드가 시작될 것이다." P.454
-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학>이라는 분야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학문이 존재하고 이는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사유하고, 의심하고, 실험하여 결과를 냈기 때문에 오늘날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과학>이라는 분야만 생각하면 <절대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수만 번의 임상실험을 통한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0.00001% 의 확률로 그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인데, 왜 과학적인 접근을 했다는 말만 들으면 100%의 확신을 하게 되는 걸까?
그래서인지 물이 H2O가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내가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의심해주고, 이러한 의심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이 책이 고마웠다. 내가 배우고 마주하는 것들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 말고, 한 번쯤은 의심을 해볼 수 있는.
그런 배움을 추구하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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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절대적인 <물>을 철학적, 역사적, 그리고 화학적으로 접근한 책으로써 <물>에 대해 더 깊게 배우고 탐구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또한, 내가 배워 왔던 것들이 절대적인 사실이 아니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바뀌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 역시 나의 몫이라는 원대한 사실임을 깨닫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정말이지 <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서 보니 이토록 새로울 수가 없다.
"성공이 우리가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보증하지 못한다는 사실 앞에서 우울감에 빠지는 대신에,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야 마땅하다. '진리를 알지도 못하는데 우리가 이토록 성공적일 수 있다니, 이것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P.477
"이 책이 앞으로 많이 논의되고, 과학의 역사와 철학에서 중요한 텍스트가 되리라 확신한다." - 페르난두 질 과학철학 국제상 심사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