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 위대한 의학의 황금기를 이끈 찬란한 발견의 역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이덕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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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넷플릭스의 <라스트 킹덤>을 재밌게 보고 있다. 8세기, 아직 영국이라는 나라가 통일되기 전, 피는 앵글로 색슨이지만 데인으로 자란 우트레드가 자신의 땅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 과정을 그린 대서사시다. 시즌 1부터 마지막인 시즌 5까지 차근차근 봐오면서 내가 제일 많이 생각한 것은 단연 죽음이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전쟁 혹은 질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데, 왕과 왕비 역시 이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특히 바이러스성 감염이라도 내게 가까이 오는 날엔 바로 죽음이다. 이를 막아줄 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질병과 감염 앞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보면서 나는 많은 것이 갖추어진 현재를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설사병이나 열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더더군다나 요즘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계를 보면서 더더욱 느낀다. 제아무리 인간이라고 한들, 치료법이 없는 바이러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빛비즈의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총 23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현대 의학 체계를 일구어낸 인류 구원의 역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헤친다. 



이 중 내게 가장 강렬했던 이야기는 바로 제1장, <죽음의 손 - 이그나즈 제멜바이스, 손을 씻으라는 한마디로 전 세계 산모의 운명을 바꾸다>이다. 이름도 생소한 산욕열로 인해 수많은 산모들이 출산 후에 목숨을 잃었고, 그 이유를 파헤치고자 교회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산모들에게 해가 되는 것일까 싶어 이까지 막았다고 하는 의사 제멜바이스의 이야기 말이다. 산모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제멜바이스는 바이러스의 원인을 끈질기게 찾아 헤맨 끝에 비로소 환자들을 살리는 의사들이 죽음의 사신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들의 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산모들에게 옮겨간 것이다. 이후, 제멜바이스의 병원에서는 더 이상 산욕열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산모는 없었다고 한다. 


코로나가 터지고 제일 먼저 들었던 말도 손을 깨끗이 하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굉장히 당연한 말을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제멜바이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손을 씻으라는 말 역시 하나의 위대한 발견으로 느껴진다. 손을 씻는 것만큼이나 단순한 행동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이런 위대한 사실을 발견한 제멜바이스라는 위인에게 무한 리스펙트를 보낸다. 


이 책엔 세상을 살린 23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질병의 역사뿐만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재미와 정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기에 이 책을 감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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