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의 이유
보니 추이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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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붙잡히고 붙잡는 것 사이에서 자유로이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 행위" P.49


수영.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 아닌 내가 유일하게 잘한다고 자부하는 운동 중 하나. 내가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물을 무서워하는 우리 엄마가 딸만큼은 수영을 잘하기를 간절히 바라셨기에 내가 초등생이 되자마자 수영장에 보내셨다. 그리고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11살에 국가대표 제의를 받을 정도로 수영 실력을 쭉쭉 키워 나갔고, 각종 대회도 나가며 수영을 점점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수영선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물을 좋아하고 수영을 사랑한다. 그래서 <수영의 이유>라는 책을 봤을 때 절대 지나칠 수 없었다. 


기억력이 꽤나 좋은 편인 나는 어렸을 적에 있었던 일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중에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을 몇 개 꼽아보면, 내가 수영을 하고 있거나 물과 함께였던 순간이 많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에 젖어 흐뭇한 미소를 뗬는데, 앞으로 내가 물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을 계속해서 열어보지 않을까 싶다. 



책은 총 5부로 지어져 있다.

1부: 생존

2부: 건강

3부: 공동체

4부: 경쟁

5부: 몰입 


"육상처럼 수영에도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느낌이 있다. 적은 시계이고, 수영에서 싸워 이기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상대는 물이다." P.229

- 내가 처음 수영을 배울 때 선생님께서 내게 해주셨던 말씀이 있다. 우리가 수영을 배우는 이유는 물을 거스르려 함이 아닌, 물과 친해지기 위해서 배우는 거라고. 그때의 나는 물을 적잖이 무서워했었다. 작은 물방울이 내 코나 귀로 들어가는 날에는 물이 주는 매서움에 몇 분을 콜록거리기 일쑤였다. 따라서, 물은 자연스레 친해져야 할 대상보다는 정복해야 하는 대상, 혹은 조심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고, 선생님께서 물과 친해지라는 미션을 주기 전까지는 물을 경계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물에게 점점 다가가기로 결심했고, 오늘날 나는 물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 되었다. 어딜 놀러 가도 수영장이 있는지 꼭 확인하는 것은 물론, 누군가 산과 바다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때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다를 선택한다. 그곳에 물이 있기 때문에. (하지만, 모래사장은 질색한다. 그래서 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모래를 밟지 않고 물에 들어갈 수 있을지. 안다, 나도. 정답은 없다는 것을.)


<수영의 이유>를 읽는 순간마다 내가 물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준 엄마가 계속 떠올랐다. 물을 좋아했지만, 가끔은 너무 엄한 수영 선생님 때문에 수영 가기를 싫어했던 나와 그런 나를 계속해서 설득했던 엄마의 모습 말이다. 엄마가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안 그래도 쫄보였던 내가 평생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았을까, 하며. 수영장만 보면 몸이 근질근질거리는 내가 물 앞에서 발만 담그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났다.


"나는 아이가 물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기를, 물이 어떻게 다른 어디로든 열린 문이 될 수 있는지 깨닫기를 바랐다. 아이는 허공에서 물로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물보라를 일으켰고, 물보라가 역광으로 빛났다. 아이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와 잠시, 아주 잠깐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수영하기 시작했다."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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