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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 ㅣ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
원오 극근 지음, 혜원 옮김 / 김영사 / 2021년 5월
평점 :
<벽암록>은 매우 난해한 책으로 유명하다. 우선 총 100칙으로 나뉘어있기 때문에 무척 두껍고, 한 번에 지어진 책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강의 한 내용이 수집되고 종합되었기 때문에 매우 복합적인 구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감히 도전해보기로 했다. 물론,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을 통해서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을 읽으면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은 몇 번씩 읽어야 했다. 계속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팡! 하고 내게 온 생각들이 나를 지치지 않게 했고, 난해함 속에 피어오르는 수많은 영감들이 나를 달리게 했다. 어렵고 난해했지만,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 벽암록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불교의 가르침 중, 십육관행 중에 영아행이라는 것이 있다. 아기가 눈이나 코를 가지고 있지만 보거나 듣는 것에 집착하지 않듯, 그렇게 수행하는 선법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참된 무심이라고 할 수 없다. 참된 무심은 집착이 없는 경계에서 보고 듣는 것이다." P.452
-아이에 빗대어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눈이나 코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거나 듣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오로지 본능에 기대어 살아가는 아기들처럼 세상을 바라볼 때 무심하게 바라보라는 말씀인데, 집착이 없는 경계에서 보고 듣는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나 역시 무언가를 바라보고 듣는 것에 집착했던 적은 없는지 나 자신에게 묻는다. 여태까지 눈은 보라고 있고, 귀는 들으라고 있는 거라며 학생들에게도 자세히 보고, 자세히 들으라고 이야기르 해줬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무심함이 때로는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니.
"천고 만고, 사람들에게 보이네." -- '천고 만고'는 천년만년의 아득한 옛날을 말한다. 말하자면, 무봉 탑은 오랜 옛적부터 사람들에게 보였는데,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느 곳에 있는지 보라는 의미이다. P.112
-드라마에서 바로 앞에 연인을 두고 못 찾는 신을 자주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드라마라서 그런 거지 하면서 코웃음을 치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 헤매다가 내 손에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것이 쥐어져 있었음을 깨달았을 때가 있었다. 살면서 나의 삶을 통해 지혜와 답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고 있는데 결국 내가 못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필요한 것을 쥐고 있다면, 그것을 다른 곳에서 찾기보다는 내 안에서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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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삶의 통찰, 혹은 깊은 깨달음이 필요하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난해할 수 있으나 그 <난해함>이 이 책의 묘미다. 우리네 삶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