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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 - 전업주부 3년, 유쾌한 주용씨의 인생 성장기
이주용 지음 / 99퍼센트 / 2021년 6월
평점 :
15년 동안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돌아와 여행지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제주도>였다. 내 기억 속에 <제주도>라는 곳은 전혀 없었지만, SNS를 통해서 사진과 여행기를 접해봤던 터라,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다녀오자마자 내 작은 수첩에 나와의 작은 약속을 적었다. 나중에 은퇴를 하게 된다면 -- 나는 일하는 게 좋은 사람인지라 은퇴는 안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제대로 쉬어보자"에 대한 갈망은 있기에 -- 반드시 제주도에 나만의 작은 별장을 짓겠다고. 책과 영화가 가득한 곳으로.
제주도에 대한 나의 생각이 남달랐던 탓에 이주용의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를 읽고 그의 은퇴 후 삶을 보면서 나의 <은퇴 후 쉼> 목표 역시 더더욱 뚜렷해졌다. 또한, 그가 나처럼 학원 강사이자 원장으로 23년을 일한 뒤 은퇴한 전업주부라는 점도 내가 이 책에 푹 빠지는 데에 한몫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을 먼저 가본 선배님이시니.
또한, 경력이 3년 4개월 동안 단절되었다가 다시 국어 과목 학원 강사로 복귀한 그의 이력에 박수를 보낸다. 일이라는 것은 쉬었다 다시 하기가 쉽지 않은데, 용기를 갖고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박수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엄마의 자리로 돌아오다
2장: 남자의 여자, 그리고 엄마의 딸
3장: 행복하게 성장하기
4장: 계속 꿈꾸며 살아가기
각 장의 끝에 <유쾌한 주용씨의 독서 레시피>가 있는데, 그가 인상 깊게 읽은 책들을 소개하는 작은 코너이다. 나는 그가 추천한 책들 그리고 왜 추천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읽으면서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와 동시에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기에, <독서 레시피> 부분 역시 꽤나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에서 살며 했던 일들을 여기에 정리해둔다. 나처럼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도전해 보려는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
1. 매일 기록
2. 한라산 등반
3. 제주도 요가
4. 성산 일출봉에서 혼자 해맞이
5. 눈과 비에 발이 묶인 날, 두 아들과 온종일 뒹굴뒹굴
6. 공공 도서관 이용하기, 제주도의 독특한 서점 찾아다니기
7. 무작정 걷기." P.49
- 그가 쓴 리스트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잘 드러난다. 기록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런 점에서 나와 그는 많이 닮아있다. 나 역시 제주도에 살게 된다면 한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겠다고,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마음껏 보겠노라고 마음먹었는데,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른 곳도 아닌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마음껏 펼친 그의 글을 읽고 있자니 내 심장이 계속 두근거린다.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그와 동시에 나의 <쉼>은 어떤 모양일까 상상 속에서 그려본다. 책과 글쓰기, 그리고 영화에 파묻힌 나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겠다. 파라다이스 그 자체일 것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