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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평점 :
가끔 그런 날이 있다. 한껏 꾸미고 나가고 싶다가도 갑자기 약속이 취소가 되길 바라는 그런 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
그럴 땐 작은 것이라도 내게 기쁨을 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괜스레 느끼고 싶어 진다. 내가 모르는 어느 세상으로 사라지고 싶을 때, 작은 위로를 받고 싶으니까.
그럴 때 읽기 좋은 책, 하현의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를 소개한다.
책은 총 3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Chapter 1: 실내형 인간의 세계
Chapter 2: 이렇게 내가 되어가는 중
Chapter 3: 부족해서 좋고 넘쳐서 좋은
"제 삶은 밑반찬처럼 평범합니다. 달걀 프라이 옆의 달래 양념장이나 갈비찜을 주문하면 딸려 나오는 차가운 잡채처럼요. 그런 것들은 아무리 작은 식탁에서도 결코 가운데에 놓이는 법이 없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그 어디에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하듯이요. 생각해보면 조금 억울합니다. 평범한 반찬이라고 해서 만드는 과정까지 쉬운 건 아닌데." P.9
-돌이켜보면 나는 늘 밑반찬이 맛있는 식당을 선호했다. 예를 들면 김치나 잡채가 맛있는 집.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시킨 음식이 나오기 전에 먼저 마주하는 반찬이라서 그런가. 그리고 김치나 잡채가 맛있으면 음식 역시 정말 맛있을 거라는 나만의 추측과 기준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말이 더 와닿았다. 밑반찬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걸 난 잘 알고 있기에, 겉으로는 평범해 보일지라도 진짜는 밑반찬이라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은 이미 멋진 사람이고 존재만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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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 삶 속의 작은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읽다 보면 나의 주변을 둘러보게 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힘이 되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