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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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시놉시스를 가진 책을 읽었다. 바로 <놈의 기억 1,2> 시리즈다. 나는 귀신이 나오는 것보다 과학이 너무 발달한 나머지 사람의 능력 밖을 진두지휘하려고 할 때가 가장 무서움을 느낀다. 현재 과학의 발달하는 속도를 본다면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기억 삭제와 이식>이 지극히 가능한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유독 <기억>에 집착했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억하고 싶었다면 나의 욕심일까. 그래서 기록을 하기 시작했고, 내가 읽는 책은 독서노트에, 나의 하루는 일기장에, 내가 쓰고 번 돈은 가계부에 하나하나 차근차근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또한, 술을 마시되, 기억을 잃을 때까지 마시는 건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기억을 잃는 마취제가 싫어 사랑니도 부분 마취 후 발치하는 것을 택했다. 이처럼 내가 기억에 대해 집착했던 방증은 나의 삶 곧곧에서 발견될 수 있다. 


때문에 <놈의 기억> 시리즈는 나에게 더 매력적인 작품이다. 내가 읽고 싶은 기억을 잊게 해 주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기억할 수 있는 사회. 또한, 내가 죽도록 갖고 싶은 기억이 나의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여도 이식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지만, 감히 상상을 해본다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살면서 트라우마가 될만한 것들을 겪은 분들에게는 오히려 희소식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놈의 기억>은 현대 사회를 제대로 꼬집었다. 모두 저마다 잊고 싶은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테니까 말이다. 


<기억을 하려는 자>와 <기억을 잃은 자>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자>의 추격전을 읽고 싶으시다면 <놈의 기억> 시리즈를 적극 추천한다. 지독히 현실적이고 소름 끼치며, 마음이 저릿해져 오는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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