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노트 -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신혜우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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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나 식물을 그렇게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관리를 해줘야 하는 의무를 지니는 것, 그리고 식물에는 벌레가 자주 꼬인다는 사실도 나를 꽤나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낭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꽃을 떠올리는 꽤나 모순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나. 그래서 내 삶에 꽃과 식물이 없을 수는 없다. 낭만은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이기에.


신혜 우의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고 나서는 확신에 확신을 더했다. 꽃과 식물은 반드시 나와 함께 가야 하는 동반자와도 같은 것이라고. 


책 제목이 <식물학자의 노트>라고 해서 식물에 대해 알려주는 과학책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꽃의 일생부터 꽃말, 꽃이 피고 지는 세세한 과정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거니와, 식물학자이자 화가인 작가의 예쁜 일러스트까지, 읽는 내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는 행복감마저 충만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식물과 꽃을 탐구하는 과정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응용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메시지까지 담겨 있어서 더더욱 좋았다. <식물학자의 노트> 속에는 지식과 감성, 두 마리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텍스트와 일러스트레이션이 숨 쉬고 있던 것이다.   



이 책은 영국왕립원예협회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서 금메달과 최고 전시상을 수상한 책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굉장히 촘촘한 구성이 돋보인다. 

1장: 빛나는 시작 

2장: 들녘에 홀로 서서 

3장: 억센 몽상가들

4장: 함께 모여 하늘을 향해 

5장: 숲의 마음 


"식물은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시간에 꽃을 피우고, 삶의 다음 고리로 연결해갑니다. 사람도 저마다 꽃을 피우는 시간이 다를 겁니다. 어떤 사람은 일찍 찾아올 수도, 어떤 사람은 늦게 찾아올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일찍 꽃을 피우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시간에 꽃을 피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아닐까요? 꽃이 피는 순간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P.39


-속도보단 방향. 내가 LA에 있을 시절 찬양팀을 이끄시던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일깨워주신 소중한 메시지다. 주변 사람들이 나보다 앞서간다고 해서 절대 조바심 내지 말고 쉬어가면서 주변도 둘러보고, 제대로 가고 있는지 방향을 살피라며 해주신 말씀인데, 그게 그렇게 내 마음속에 깊게 남아있다. 고등학생 때 들었던 말인데 지금까지도 이 말을 마음속에 새기고 방향성에 대해 늘 점검하고 있는 나를 보면 이 메시지가 나에게 크게 와닿긴 했나 보다.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지금도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언제 끝나는지에 대한 조바심보다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걸 보면, 정말로 <잘 가고 싶다>는 욕심이 큰 것 같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것은 <나에게 맞는 시간에 꽃을 피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다. 잘 가고 있는지 확인만 할 뿐, 정작 제대로 가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본다. 열정만 앞서기보다는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자. 꽃이 피는 그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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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꽃과 식물을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당연히 추천드린다. 다양한 식물에 대한 지식은 물론, 작가만의 섬세한 표현을 통해 힐링까지 잡을 수 있다. 나처럼 식물이 때론 귀찮은 존재라고 느껴지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식물학자이자 화가인 작가의 따뜻한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얻는 감동과 푸른 이파리들이, 하얀 꽃들이 말없이 건네는 위로와 응원을 읽고 있자면 식물을 사랑하지 아니할 수 없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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