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라 그래 (양장)
양희은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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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양희은>이라는 가수와의 첫 만남은 내가 초등학생 때 박세리 선수가 골프를 치는 CF에서 흘러나온 <아침 이슬>이라는 노래를 통해서다. 목소리만 들었으니 만남이라는 표현은 잘 맞지 않는 걸까? 아무튼, 그때 박세리 선수의 발목과 발의 피부색 차이를 보면서 그의 노력에 한번 감탄, 그리고 그 상황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노래와 목소리의 조화로움을 들으며 두 번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몇십 년 전 이야기지만 그 광고가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나에게는 강렬하게 남은 광고다. 그때부터 <양희은>이라는 가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며 그의 음악들을 듣고,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도 간간히 들으며 내가 나이를 먹는다면 그 처럼 멋지게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란다. 


그리고 오늘, 그가 쓴 <그러라 그래>를 읽었다. 제목부터 <양희은> 답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 나보다 몇십 년을 앞서간 그가 삶에 대해 알려 줄 수 있는 노하우란 노하우는 다 담은 것 같은 책이라 <멋지게 나이 든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것 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텍스트의 향연이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무얼 하며 이 좋은 날들을 보냈나 

2. 사실 노래에 목숨을 걸진 않았다 

3. 어떻게 인생이 쉽기만 할까 

4. 좋아하는 걸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5. 나답게 살면 그만이지 


"봄꽃을 닮은 젊은이들은 자기가 젊고 예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마 모를 것이다. 나도 젊은 날에는 몰랐다. 그걸 안다면 젊음이 아니지. 자신이 예쁘고 빛났었다는 것을 알 때쯤 이미 젊음은 떠나고 곁에 없다." P.22

-왜 사람은 꼭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때가 좋았지>하며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걸까? 나도 훗날 나의 젊음을 되돌아보며 찬란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날이 올까? 너무 아쉬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을 즐기고, 지금이 내 삶의 가장 찬란한 시절이라는 것을 마음과 머리로 받아들이자. 지금이 내 인생에서의 황금기다. 가장 빛나고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여행 다녀. 신이 인간을 하찮게 비웃는 빌미가 바로 사람의 계획이라잖아.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살아." P.37

-나는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사람이다. 특히 일적인 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무계획으로 움직일 때가 많다. 전시를 보고 저녁밥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허름한 골목 속에 숨어있던 맛집을 찾기도 했고, 비 오는 가로수길을 헤매다 가까운 카레집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박수를 연발했던 적도 있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들어간 곳에 뜻밖의 행복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무계획>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 구절은 계획에 목매는 나에게 때론 생각지도 못한 곳에도 행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내 눈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그래, 행복은 곳곳에 숨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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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이 쉽지 않은 <어린 희은이>들에게 보내는 양희은의 애틋한 응원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겪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의 나의 삶을 재정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은 자명한 진실이다. 고된 삶이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고 그 답게 살아간 양희은의 삶을 통해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용기를 얻는 건 덤이다. 스케줄에 치여 집밥을 먹지 못하는 후배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했다는 그의 말처럼이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 책을 고단한 삶에 지친 그대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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