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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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가 아는 건, 이 알 수 없는 사랑이 나를 생활하게 한 다는 것." P.101


자음과 모음의 <나의 생활 건강>은 여성 시인 열 명의 생활건강 에세이 모음집이다. 책을 읽는 이유가 <다른 사람의 세상을 바라보고 사유함으로써 내 세상을 확장시키기>인 나에게 아주 적합한 책이다. 오늘 같이 힐링 캠프에 입성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먹고 자고 읽고 쓰기만 하는 주말에 읽으니 자연스레 나의 생활 건강도 돌이켜 보게 된다. 


가지각색의 모양을 한 사람들이 개개인의 삶을 꾸려가는 과정을 읽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읽었다. 자신의 하루를 16개의 씬으로 나누어 쓴 사람, 나의 생활 건강에 있어 뺄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쓴 사람, 건축을 사랑해서 자신이 사는 공간에 대한 사유와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까지, 나의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것들을 매일 같이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읽는 나.


독서라는 행위가 주는 이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뭉클해지는 하루다.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지, 삶에 관한 질문은 때로는 삶을 진지하게 살도록 돕는다. 그러나 너무 많은 생각은 삶을 압도한다." P.155

-삶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해 수시로 체크한다. 정작 삶의 나침반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책에서도 이야기하듯이, 많은 생각은 삶을 압도하기 마련이다.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 조금씩은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본다. 잘 가지 않으면 또 어떤가. 무너짐, 실패, 실망 역시 내 삶이고 삶 속에서 마주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들인 것을. (아, 말처럼 쉬웠으면 좋겠다!)


"오늘의 나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내가 쓰지 않으면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다." P.82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구절. 내가 브런치에 내 소개를 할 때 <아무리 바빠도 책은 읽고 글은 쓰렵니다>라고 적었던 것처럼, 정말 바빠서 저녁 먹을 시간이 없을 때도 나의 하루에 대해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이거다. 쓰지 않고 기록하지 않으면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닌> 날이 되는 게 싫어서다. 나에게 매일을 조금이라도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기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나에게 주어진 1년 365일이라는 모든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담, 나의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해주기 위해 써야 한다. 단 한 줄이라도. 아니, 단 한 단어라도. 그것이 살아 숨 쉬는 한, 나의 하루하루는 활자를 유영하며 다시 살고 또 다른 이들에게 가닿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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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생활 속에 <건강>을 찾고자 하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모든 이들의 삶은 각자의 모양대로 소중하니까. 그 속에 <건강>이 있어야 빛이 나는 법이니까. 


"나를 사람 구실 하게 만들어준 멀쩡한 육체는 타인의 정성과 수고가 만든 것.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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