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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 넷플릭스부터 구글 지도까지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발견
스테판 바위스만 지음, 강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고등학생 때까지 이과 학생이었던 나는 기나긴 문제풀이 끝에 하나의 답에 도달했을 때의 쾌감을 주는 수학을 사랑했었다. 문과 -- 영어, 역사, 사회 등 -- 수업들은 에세이만 많이 내주고, 선생님의 입맛 따라 점수도 천차만별이었어서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결국 나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는 아이러니.
그래서 학생들이 수학 문제에 대해 물어보면 종종 대신 풀어주기도 하고, 학생들과 수학 문제 풀기 대결도 하면서 수학에 대한 나의 사랑을 표현하고는 하는데, <수학이 만만 해지는 책>을 읽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나면서, "아, 내가 이래서 수학을 사랑했었지," 하며 추억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다.
수학은 일상생활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학문이다. 요 앞 슈퍼마켓에 가서 무언가를 사는 기본적인 행위 역시 수학을 하지 못하면 계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른 값을 지불하고 물건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길 찾기, 영화 추천, 일기예보, 여론조사, 전염병 통제 등 수학은 이미 우리 삶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수학은 우리네 삶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살면서 한 번쯤은 친해져 볼 가치가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숫자 없이 수를 세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수학에 관한 책이지만 숫자 없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브라질에 사는 피라항족에게 숫자와 과거완료형 같은 문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라는 단어는 없지만 <아주 많은 양>을 뜻하는 단어는 있다고 한다. 그들은 <돈>을 수단으로 쓰지 않고 <현재>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수명이 다 되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즉시 주민들의 기억 밖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숫자 없이 사는 삶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숫자가 없다 보니 시간 개념이 없고, 시간 개념이 없다 보니 언어에도 현재 시제만 있는 그런 삶 말이다. 숫자와 수학 사이 그 어디쯤에 존재하고 있는 나에게 숫자 없이 수를 세는 피라항족의 삶은 선망의 대상일까, 어려움의 대상일까. 이 역시 그 어디쯤 아닐까 싶다.
숫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피라항족은 아무런 문제 없이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이 책은 강조한다. 특히 문명이 발달된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숙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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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신들을 <수포자>라고 부르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아무리 수학이 어려워도 숫자와 우리네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숫자와 조금 더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