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매해 가던 여행을 못 간 지 어언 2년째. 책으로라도 떠나는 여행을 가지 않으면 정말이지 우울함이 마구 밀려올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유독 <여행> <기행> 등 <떠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책이 손에 잘 집히는데,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 바로 <김성곤의 중국 한시 기행 - 장강/황하 편>이다.
<유장한 물결 따라 시인의 숨결 찾아>라는 말처럼 책을 읽다 보면 시인의 숨결을 따라 걷는 느낌이 든다. 장강과 황하의 장엄한 물결을 따라 펼쳐진 풍경 속에 존재하는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간과 시간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섬세하기에 <글로 여행한다>는 느낌이 정확히 뭔지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디테일한 해설과 사람 냄새나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책을 풍성하게 하는데 크게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역사 속 인물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으니 말이다.
또한, <한시>가 <시>의 종류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음악성이 강조되는 글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시를 읽는 내내, 내가 중국어를 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어 배열과 리듬감을 살린 글이기 때문에 확실히 원어로 읽을 줄 안다면 중국 한시의 매력을 한층 더 깊게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렇게 중국어 공부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한시를 위한, 한시에 의한 책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글귀들이 아주 많다. 그중 나의 눈을 사로잡은 시의 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오직 강 위에 불어 가는 맑은 바람과 산 사이에 뜨는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아름다운 음악이 되고 눈으로 보면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네.>
- 이 책을 제대로 설명하는 구절이 아닐까 싶다. 글도 아름다운데 심지어 사진으로 보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멋진 풍경까지 곁들여진 책이라 그곳에서 한시를 읽는 나를 상상하자니 오감이 다 만족되는 경험이 아닐 리 없다. 자연은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시인들은 그에 대한 감사함으로 한시를 탄생시켰다. 한시의 존재 자체가 자연의 몫이었다면, 이제는 아름다운 한시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릴 차례다. 그리고 한시는 필요 이상으로 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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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엄한 풍경과 어우러진 한시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장강과 황하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에 취해 쓰인 한시를 읽고 있으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