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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강석환 사진 / 마음서재 / 2021년 4월
평점 :
인간은 살면서 숱한 죽음을 마주하고 겪는다. 나도 삶에서 내게 크게 영향을 미친 이별이 몇 번 있었고, 그때마다 사람의 심장이 찢기는 고통이 이런 것임을 깨달은 적이 있다.
오늘 읽은 김삼환 작가의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저자가 아내를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잃고 눈물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그는 아내가 살아생전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말을 기억했고, 아내와 사별 뒤 코이카에 지원해 우즈베키스탄의 누쿠즈라는 도시에 있는 카라칼파크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이역만리 먼 곳에서 아내의 빈자리를 온몸으로 맞서며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글자들로 이 책을 썼고,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위로를 받음과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먹먹함을 느꼈다.
이 책은 비단 아내를 잃은 슬픔과 절망에 빠져있는 한 남자가 슬픔을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여느 사람이라면 겪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대로 덤덤하게 풀어간다. 그래서 나는 유독 이 책이 내 마음에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요즘 내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과정에 있으니.
그가 쓴 에세이 중, <무엇이 되기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가 꼭 생각해봐야 하는 화두를 던져줬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인지라 늘 무엇이 되고 싶고, 어떻게 내 목표를 달성할지에 대해서만 생각해왔다.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을 정해놓고 그것만 바라보고 달렸다. 그렇게 달린 지 10년이 지났기에 2021년에는 <커리어 10년>을 자축하는 의미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오늘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건, 나는 아직도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머리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정작 나도 모르게 내가 걸어가고 있던 길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발버둥에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이야기한다. 어떻게 살 건지 고민해보자고.
내가 찾는 가치의 끝이 목표 달성에 눈먼 사람의 손 끝이 닿는 곳이 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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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삶에 위로가 필요하신 분들께 추천드린다. 또한, 유유자적 흘러가는 삶 속에서 속도보다 방향에 더 집중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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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꽃길은 어디 있을까. 찾아 헤멜 필요가 없다. 꽃길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오늘 내가 살아 있어 행복을 느끼는 이 순간에 나는 꽃길을 걷는 것이다." P.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