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1945 -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투하 전 116일간의 비하인드 스토리
크리스 월리스.미치 와이스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사를 가르치면서 가장 깊게 파보고 싶은 부분이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생각을 공공연하게 해왔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미국 핵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아닌가 싶은데,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미국 역사책에는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았다. 미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해서 가장 궁금해했다. 베일에 쌓여 있어서 더 알고 싶어 하기도 했고. 


그렇게 궁금증을 가진채 계속해서 미국사 강의를 해왔었던 참에, 책과 함께의 <카운트다운 1945>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투하 전 116일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 책이다. 내가 딱 찾던 책, 유레카!


책을 읽기 전에 다른 이들이 남긴 리뷰에 대해서 먼저 읽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워싱턴 포스트의 리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들의 삶을 통해 이야기함으로써 너무도 흔히 기술적이나 외교적으로 신비화되고 말았던 사건들에서 인간의 체취를 느끼게 한다." 


맞다. 이 책은 역사에서 잠깐 다뤄진 <맨해튼 프로젝트>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담고 있고, 그때 당시에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며 깊게 개입된 사람들과 그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책의 구성을 D-Day 형식으로 116일부터 당일 까지, 또한 당일엔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핵폭탄 투하 9시간 15분 전부터 43초 전까지, <꼬마>가 일으킨 불 폭풍에 휩싸인 히로시마, 그리고 그 이후에 있었던 사건들까지 다루고 있어 충격에 충격을 더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루스 시즌의 이야기였다. 역사책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맨해튼 프로젝트> 하면 언급되었던 인물들은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 정도.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평범한 서민이었던 루스가 이런 중대한 프로젝트에 참여되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실제로 그녀는 자신이 원자폭탄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가담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참여하게 되었던 인물이다.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된 후의 그녀의 이야기가 와 닿는다. 


"루스는 이 모든 사람들을 죽이는 데 참여한 것이었다. 분노와 배신감이 느껴졌다. 저들은 자신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그렇게 무서운 무기를 만드는 일을 하게 했다. 이제 자신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 잠을 자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시커멓게 탄 도시가 눈에 보였다." P.331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전쟁을 끝낸다는 명목 하에 이제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역사를 만든 미국. 최초로 원자폭탄을 civilians들이 살고 있는 곳에 투하한 나라로 남은 미국. The honor is all yours. 


-

이 책은 미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 또한 나처럼 미국사를 공부하면서 <맨해튼 프로젝트>에 눈길이 갔던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뿐만 아니라 핵이라는 무기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그리고 이 사건을 만든 장본인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반인류적인 결정을 내렸는지 샅샅이 파헤칠 수 있다. 


-


"미국은 파괴와 동의어가 됐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졌는지 알 수 없는 새로운 무기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승리를 보다 빨리 가져다주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증오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P.3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