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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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의 소설 <다른 세계에서도>에서 마주하는 등장인물들은 왠지 모르게 친숙하다. 그래서 내가 지금 소설을 읽는 건지, 비소설을 읽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 그의 인물들은 왜 이리 가깝게 느껴지는 걸까,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그가 소설을 쓰기 전에 영감을 받는 것들이 대부분 보고서나 엽편, 또는 다른 소설이 근원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현석이 만들어내는 인물들은 만들어낸 것 같지 않은 친숙함이 유독 돋보였던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내용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나의 가까이에서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그것을 똑바로 응시하지 못하고 넘겨버리려고 애쓰는 나 자신을 보면서 일렁이는 불편한 마음이었다. 세상엔 지금도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고, 본인 스스로가 차별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무감각한 사람들도 많다. 


차별이란 건 당하는 사람들만이 고통스러운 것. 그 대상이 언제 내가 될지 모르는 것. 그리고 그 차별 속에서 나도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곱씹게 된다. 하루빨리 통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모든 사람들이 차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사회를 다시 한번 꿈꾸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목소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아웃풋을 내고, 알리는 일 밖에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쓴다. 


어제 PD수첩에서 변희수 하사의 이야기에 대해 봤고, 방송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중, 지난 2월에 세상을 등진 김기홍 님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차별당할 것을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트랜스 젠더로써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심정이 어떻겠냐고. 남겨진 사람들이라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잘 사는 것>이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내가 내린 <잘 사는 삶>의 결론은, <차별하지 않는 삶>이라 단정 지었다.


또한 유튜브 <위라클>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탄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 수 있었는데, 휠체어가 버스에 탔는데도 불구하고 모른 체 휠체어 좌석에 앉아있는 뻔뻔한 사람 (사람이라 부르고 싶지도 않다). 심지어 다른 곳에 앉으면 안 되냐고 까지 묻는다. 사람이라면, 비켜주지는 못할 망정 다른 곳에 앉아달라니. 이건 정말 최소한 사람으로서의 윤리의식이 개미 똥꼬만큼도 없는 생명체다. (숨은 쉬고 있으니 생명체는 맞겠지. 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미안해 개미야.)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금, 나는 나 자신에게 또 묻는다. 


그래서,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묻는 것만으로도 끝난다는 게 또 다른 문제라는 것 역시 잘 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글을 통해 거리낌 없이 쓸거라 다짐했다. 최대한 많이 알릴 것이다. 차별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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