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피노키오 -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카를로 콜로디 지음, 엔리코 마잔티 그림, 이시연 옮김 / 더스토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적, <디즈니> 영화를 워낙 좋아한 탓에 <피노키오> 역시 디즈니 영화로 수십 번도 돌려봤던 기억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면 바로 거짓말을 할 때마다 늘어나는 피노키오의 코였다. 어린 나의 눈에 비친 <거짓말을 하면 늘어나는 코>는 공포 그 자체였고, 피노키오처럼 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거짓말>이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 같다. 나의 코를 사수하기 위해. 


더스토리의 <피노키오>는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을 하고 있는 <피노키오>의 원작 소설이다. 피노키오 그림의 거장, 엔리코 마잔티의 삽화가 국내 최초로 수록이 된 책이기도 하고, 피노키오 탄생 140주년을 기념해 오리지널 초판본으로 나온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더스토리의  <월든>을 시작으로 <초판본 시리즈>로 모아볼 참이다. 


책은 1장부터 36장까지, 나무로 만들어진 꼭두각시 인형이었던 피노키오가 실제로 사람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렇게 좋아하던 피노키오 영화가 너무 어릴 봐서 그런지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책을 읽으면서 피노키오 원작이 이랬구나, 싶었던 부분이 꽤 여럿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깨달았다. 역시 원작만 한 작품은 없구나,라고. 


-


어른이 되어 읽은 <피노키오>는 나에게 색다른 깨우침을 주었다. 어릴 적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를 보며 '거짓말은 나쁜 거야.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고 정직한 사람이 되자고 마음을 먹었다면, 이번엔 그의 효심이 눈에 띄었다. 자신을 먼저 살리기보다는 가난하고 배고픈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피노키오. 어린아이지만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뭐든 하려고 했던 피노키오. 자신이 마주한 상황에 꽤나 겁이 났을 텐데, 침착하게 아버지를 데리고 살아남으려 애쓴 그의 모습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또한 작가의 묘사 역시 일품이다. 피노키오 부자가 상어 배에서 나와 참치 등을 타고 무사히 육지에 도착 하기까지의 어드벤처는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캐릭터와의 만남,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색깔과 다채로운 특징, 그리고 그들과 함께 때로는 어울리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성장해 나아가는 피노키오를 보며 그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색다름에 취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


끝으로, 피노키오가 한 모든 아름다운 선행과 베풂이 나무로 만든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그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요정이 피노키오에게 한 말이 가장 마음속에 남는다. 


"착한 피노키오야! 네 선한 마음을 봐서 네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말썽들을 용서 하마. 가난하고 병든 부모님을 정성스레 돌보는 아이들은 항상 커다란 칭찬과 사랑을 마땅히 받아야 한단다. 말을 잘 듣고 좋은 모범생이라고 할 수 없어도 말이지. 계속해서 분별력 있게 행동하렴. 그러면 행복해질 거야." P.251


분별력 있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소위 "문제아"였던 피노키오를 "사람"되게 만들어 준 본질인데, 그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때마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분별력>인데, 피노키오는 세상이 정해놓은 규율을 따르는 <착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뛰어난 분별력으로 자신과 아버지를 살릴 수 있었다. 그래. 뭐든지 고분고분, <착하게> 사는 것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옳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