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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ㅣ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평점 :
주말이다. 주말은 주말답게 내 손이 이끄는 대로 아무 책이나 집어도 재밌다. 오늘의 화창한 날씨 역시 한몫했다. 뭘 읽어도 쏙쏙 들어오고 모든 단어가 내 마음에 와 닿는 그런 날이 바로 오늘이다.
지난달부터 자음과 모음의 <트리플 시리즈>를 읽고 있는데 트리플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각 캐릭터 속의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 유독 주말에 <트리플 시리즈>가 잘 집히는 것 같다. 기분 좋은 날, 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건 늘 재밌으니까.
오늘 읽은 책은 은모든 작가의 <오프닝 건너뛰기>. 책의 제목을 한 <오프닝 건너뛰기>부터 시작해서 <쾌적한 한 잔> 그리고 <앙코르> 세 편이 수록되어 있고, <공명을 위한 온도의 속도> 에세이 1편과 <규칙 없이 사랑하기> 해설이 담겨있다.
은모든 작가의 글을 읽고 있자면,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관계>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특히, <오프닝 건너뛰기>에서 만난 주인공 수미와 경호를 보면 더더욱. 수미와 경호는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이다. 하지만 그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수미는 넷플릭스를 볼 때 오프닝을 가볍게 건너뛴다. 영화 전체를 보는 데에 있어 오프닝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호는 오프닝을 건너뛰어야 한다는 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경호에게 오프닝이란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건너뛴다면 영화를 보는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뤘고, 수미는 끝없이 고민한다. 경호와 이렇게 다를 지언대, 앞으로 어떻게 접점을 만들어 함께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막막해하기도 하면서.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산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서로를 향한 배려에서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고집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가 원하는 것도 들어주면서 내가 원하는 것 역시 조심스레 꺼내보는 것.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접점을 찾아는 것 말이다.
나는 은 모든 의 <오프닝 건너뛰기>를 보면서 비단 커플들의 사랑뿐만 아니라 나와 주변 사람들의 관계 또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에서의 관계, 학생들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관계>하면 빼놓을 수 없는 루나와의 관계까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고집을 앞세우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기도 전에 화부터 내지는 않았는지, 화를 냈어야만 했던 상황이었는지, 관계에 대한 아주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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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각자의 가치관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나는 남들의 가치관에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나 스스로의 가치관을 점검해본다. 내가 가진 것이 올바른 것인지, 아님 개인적인 아집에 불과한 것인지 말이다.
이 책은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린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임을 낱낱이 보여주는 책일 테니. 따라서 상대를 바꾸려는 생각은 싹 사라지고 나부터 점검해봐야 한다는 큰 깨달음을 주기 때문에 <관계>에 대해 재정립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은 모든 의 <오프닝 건너뛰기>를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