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토크 - 내 안의 차별의식을 들여다보는 17가지 질문
이제오마 울루오 지음, 노지양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Asian Hate Crimes 때문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그래서 책과 함께의 <인종 토크: 내 안의 차별의식을 들여다보는 17가지 질문>이라는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차별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지는 않았는지,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인종차별에 관련된 17가지 질문에 저자가 속 시원한 답변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되려 독자들에게 무수한 질문들을 남긴다. 나는 저자가 던진 질문에 답변을 허심탄회하게 하지 못한걸 보니 인종차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많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LA에서 오랜 시간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의 행동과 언어 속의 차별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또한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할 이유와 내가 저지른 실수 -- 그것이 의도적이었든 아녔든 -- 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다. 


"인간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타인을 억압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된 도구는 언어였다. 언어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방식이고, 사회를 형성하는 방식이고 도덕을 체계화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서 피부가 검은 사람들을 사람이나 인간으로 부르지 않고 '니거'로 부르게 되었다. 인종, 계급, 젠더, 장애 유무, 종교 안의 모든 차별과 억압은 이렇게 언어에서부터 시작한다." P.179


언어가 가진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부분. 차별은 비단 내가 누군가를 해치는 행동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대변하는 언어를 통해서도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말에는 힘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생각하고 말할 것. 그리고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고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수다. 


솔직히 말해 미국에 살면서 사람들이 '니거'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쓰는 것을 봤다. 장난 식으로 흑인들이 흑인들에게 그 단어를 쓰는 것도 많이 봤고, 다른 인종의 사람들끼리 쓰는 것도 봤다.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굉장히 불편했었고, 그 말을 하지 않으면 입을 열 수가 없는 친구들을 보면서 도대체 왜 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익숙해지기 시작하니 'N-word를 그냥 내뱉어도 별 문제가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불편함이 익숙함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단어가 내 귀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그 단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느껴왔던 것 같다. 모두가 쓰는데 무엇이 문제냐, 식이였던 것이다. 


이 개념을 큰 그림으로 가져가 보자. 이렇게 힘이 강력한 단어도 처음에 들었을 때만 놀랄 뿐이지, 계속 들으면 들을수록 익숙해진다. 그래서 내가 정말 두려운 것은, 행동으로 내보이는 차별 역시 그렇게 될까 봐 무섭다. 이 차별에 사람들이 익숙해질까 봐. 당연하다고 느낄까 봐. 그래서 당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차별에 무기력해지고, 가하는 사람들은 당하는 사람이 가만히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올까 봐 두렵다. 


따라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말해야 한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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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라. 제발 계속 이야기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더 하시라. 하지만 행동도 하시기를 빈다. 지금 당장 행동하기 바란다. 왜냐하면 이 순간에도 부당한 체제 때문에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고 있기 때문이다."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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