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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
아이린 파드빅.바버라 레스킨 지음, 황성원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2월
평점 :
20세기 후반에 유명했던 수수께끼에는 자동차 사고로 부상을 당한 남자아이가 나온다. 아이 아버지가 크게 다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고, 아이는 곧장 수술실로 보내졌다. 그때 의사가 아이를 한번 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난 이 아이를 수술할 수 없어요. 얘는 내 아들이에요."
어떻게 된 일일까? (P.143)
나는 살면서 내가 은연중에 성차별을 당했다던지, 혹은 나도 모르게 역으로 성차별을 하고 있다던지에 대해서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 수수께끼를 마주하기 전까지는.
위의 수수께끼에 대한 나의 답변은 이러했다:
아이랑 같이 온 아빠는 새아빠고, 의사가 친아빠겠지.
왜 의사가 엄마라는 생각을 못했던 걸까?
나의 무의식 속 어딘가, <의사 선생님은 남자>라는 공식이 헤엄치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여성의 연대와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서, 정작 이 수수께끼 하나 제대로 못 푼 나 자신에게 적잖이 실망했고 놀랐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여성과 노동, 그리고 유리천장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하고 배워보자고 마음먹었던 것이.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역사 공부를 할 때 흘려보냈던 <여성>과 <그들의 노동>에 대해서 흘려 읽지 않았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찾아보고, 배우려고 애썼다. 그러던 도중,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을 마주했다.
여성이, 그들의 노동이, 차별받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 눈치껏 -- 예상하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책을 덮고 난 후에 처음으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따라서, <여성이 마주한 노동>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이 들면 -- 설상가상 안다고 해도 꺼진 불도 다시 보자 --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은 친절한 용어해설과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또한, 노동분야에서 나타나는 젠더 불평등 현상을 대체적으로 살피고, 여성 노동자에게는 제한되는 승진과 남성 노동자의 72% 밖에 되지 않는 여성의 임금 소득 등 현실에 만연해 있는 문제들을 다루기도 한다. 끝으로 많은 여성들이 직면해야 하는 <가정과 직장 사이의 갈등>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각도에서의 방향을 제시한다.
가족의 행복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
여성과 남성은 적극적인 부모 역할과 의미 있는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P.297
남자들이 가사를, 육아를 "도와야 하는 게" 아니다.
돕는다는 것은 애초에 <여성>의 일을 <남성>이 함께 해준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육아와 가사는 여성만의 일이 아님을 기억하자.
이 책은 누군가에겐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 열고 싶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진실이고, 역사이며, 불평등을 평생 느끼며 산 사람들에겐 당신이 느끼는 불편함도 사치다.
불편하다고 덮지 말자.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