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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오늘 하루 - 일상이 빛이 된다면
도진호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월
평점 :
유난히 고된 하루가 있다. 그리고 나의 하루 끝에는 독서가 있다. 활자중독인지라 책에 대한 편식은 크게 없지만, 몸이 지치고 마음이 지칠 땐, 책으로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때, 주저 없이 <괜찮아, 오늘 하루>를 꺼내 들겠다.
이 책은 사진작가인 도진호 작가님께서 사진을 직접 찍고, 글을 썼다. 특이하게도 모든 사진들이 흑백으로 되어있는데, 하루 종일 모니터와 형형색색의 세상을 바라보다가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피로가 쫙 풀리는 느낌이다. 뭐랄까, 눈도 편안해지고 마음도 편안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책은 마치 달력 같다.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 365일이 다 있는 건 아니지만 -- 날짜가 적혀있다. 그래서 그 날짜에 맞는 날을 골라, 혹은 비슷한 날을 골라 힐링을 누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 같은 경우, 책을 받고 일주일 동안 자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
요즘같이 수많은 정보들과 갖가지 뉴스들이 만무하는 시대에, 내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건 참으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끔은 쉬어가는 의미로 사진과 글을 곁들인 에세이를 읽고 사유하는 것도 새벽을 보내는 꽤나 괜찮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괜찮아, 오늘 하루>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 세 개를 나누고 오늘의 글, 마치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안과 쉼이 있기를.
8월 17일:
저녁이 되면 바람이 시원합니다. 여름이 다 지나가네요. 찬란한 나의 여름이여.
여름 시즌에 가장 바쁜 나. 그래서인지 1년 중 6-7월이 가장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다. 보통 8월 중순에서 말쯤 여름 시즌이 점점 슬로해지면서 방학 때 같이 공부하던 학생들이 각자 공부하던 나라로, 혹은 학교로 돌아간다. 그리고 나는 꼭 나의 여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데, 그때마다 꼭 쓰는 말이, "찬란한 나의 여름"이다. 그래서였을까. 이 글을 읽고 거진 10년 동안 바삐 지냈던 나의 여름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참 찬란했다, 나의 여름들.
11월 15일:
비가 오는 날에는 집에 누워 만화책을 봤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만 오면 이상하게 일하기가 싫어요. 빗방울에 일그러지는 풍경처럼 흐물흐물해지는 하루입니다.
나는 비 맞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비가 내릴 때 출근하는 건 정말 고역이다. 하지만, 내가 비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내가 실내에 적당한 습도와 함께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볼 때의 비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것 중에 하나다. 비가 오는 날,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을 벗 삼아 읽는 로맨스 소설은 나를 꿈꾸게 하고 행복한 시간에 잠기게 한다. 그래서였을까. 이 글을 읽고 비만 오면 "일하기 싫어지는" 내가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12월 9일:
계속 쳐다보면 저 문이 열릴까요?
이 책이 내게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코로나가 진행 중일 때 쓰인 글이라서 더더욱 와 닿는다. 대부분의 사진들이 코로나 때 찍힌 사진들이라 유독 외로움과 고독을 나타내는 사진들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뀐 나의 일상을 기억해낼 수 있게 도와줄 책이다.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지만, 그 마저도 내 인생의 일부분이기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코로나가 끝이 보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왠지 계속 기다리다 보면, 두드리다 보면 <코로나 끝>이라는 문이 열릴 것 같다는 희망이 있다. 그래서일까.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