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 1 - You Can Negotiate Anything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 1
허브 코헨 지음, 양진성 옮김 / 김영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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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누군가와 협상을 한다. 연봉 협상은 물론이고, 작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 마저 협상이다. 나는 특히 <당근 마켓>을 통해서 협상에 대해 배우곤 하는데, 요즘 당근 마켓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 재미가 들린 내게 "협상"이라는 단어는 알면 알 수록 재밌는 단어다.


그래서 김영사 서포터스 15기로 뽑혔을 때, 주저 없이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을 골랐다. 우선 책 소개가 날 사로잡았다. 저자 허브 코헨은 <협상의 왕>이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사람이고, 그가 쓴 이 책은 전 세계 30개 언어로 출간이 되었다. 또한, 엘에이 타임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내놓으라 하는 유명한 매체의 베스트셀러다. 


책의 시작은 협상을 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3가지로 시작한다. 


1. 힘: 스스로에게 힘이 있다고 믿어라. 상대방은 그 힘이 당신에게 실제로 있다고 생각한다. 
2. 시간: 서두르지 말고 데드라인까지 인내하라. 모든 중요한 것은 마지막 순간에 결정된다.
3. 정보: 신호가 울리기 전에 출발하라. 미리 움직여야 상대방이 말하지 않는 정보까지 캐낼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바로 협상을 좌우하는 3가지 변수이다. 이 세 가지를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협상의 결과가 바뀐다. 


그다음은 2가지 협상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긴다" 소련 스타일 vs. "협상은 쌍방향을 위한 것" 윈윈 스타일 


여기서 나는 소련 스타일의 협상보다, 윈윈 스타일을 좀 더 선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윈윈 스타일>에서 나온 예시를 읽을 땐, 우리 아빠가 생각이 났다. 


책의 예시에서는 5인 가족의 이야기를 예시로 든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이번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모두가 원하는 것이 달랐다. 그것이 화근이 되어 가족이 파탄 날 정도로 싸우게 되었는데, 그때 <협상의 왕> 허브 코헨이 5명이 원하는 것을 충족해줄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시를 한다. 며칠 뒤, 가족은 다섯 명 모두가 원하는 장소를 찾아 아주 즐거운 휴가를 보내왔다며, 허브 코헨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온다. 


사실 이 답변은 모두가 알고 있는 답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척한다. 내 고집대로, 내 맘대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상대가 상대의 의견을 죽어라고 고수하니, 그게 얄미워서 내 의견을 더 밀어붙일 때도 있다. 


나의 어린 시절에도 예외는 없었다. 


우리 가족은 <일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서 일요일엔 가족끼리 보냈다. 그때 그 시절의 <가족의 날>은 당시의 나에게 힐링을 준 것은 물론이고, 지금의 나에게도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상징하는 우리 가족만의 리츄얼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날>이라고 해서 늘 웃음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나와 내 동생이 갈 장소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자주 싸웠다. 이 싸움엔 우리의 정반대인 성격이 한몫했는데, 나는 예나 지금이나 활동적인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 반면에, 내 동생은 익스 트림한 액티비티를 그렇게 즐겼다. 


*여기서 잠깐. 내 동생이 7살 때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높은 "Stratosphere" 호텔 꼭대기에 있는 놀이기구를 타려고 했던 건 유명한 일화다. 내가 알기로, 그곳의 놀이기구를 타려면 18세 이상이거나, 키가 160 이상이 되어야 탈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찾아보니 꼭대기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그만큼 높다) 기계가 자주 고장 나 이제 더 이상 롤러코스터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놀이기구를 7세 꼬마가 못 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런데 타게 해달라고 떼를 쓰고 난리를 쳐서 할 수 없이 아빠가 데리고 놀이기구 코 앞까지 갔었고, 직원이 안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하자 울다가 지쳐 그 날 저녁 (심지어 뷔페였는데) 도 거부했던 전설의 마이 시스터.


지금 봐도 아찔.


https://www.youtube.com/watch?v=ZAMjH-MBkVc

                 


--> continued 

그래서 동생은 산으로, 바다로, 들로, 놀이동산으로 가고 싶어 했고, 나는 서점이나 분위기 있는 바닷가 (pier)를 걷는 걸 선호했다. 당연히 다툼이 있었다. 그때 우리 아빠는 동생의 말을 들어주거나, 나의 말을 들어주는 대신, 우리 둘 다 행복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데리고 가셨다. 그곳이 바로 Redondo Beach이다. 거기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오락실도 있고, 미비하게나마 탈 수 있는 작은 탈것들도 준비되어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Pier이 되게 예쁘고, 걸을 수 있는 곳이 잘 되어있어서 내가 원했던 조용한 산책이 가능했다. 


우리 둘이 원하는 것이 있는 곳을 찾은 우리 아빠. 덕분에 우리 가족은 Redondo Beach에서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아마 우리가 오락실에서 기념으로 찍은 스티커 사진만 해도 백장은 거뜬히 넘지 않을까 싶다. (내 추억상자 어딘가에 있을 텐데. 생각난 김에 보고 자야지.)




마지막 장에서는 <어디서나, 누구와도 협상하기>라는 주제로 어떻게 하면 사람 대 사람으로 협상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해주며 책이 끝난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 종종 스토리텔링을 많이 해주곤 한다. 공부만 하다 보면 학생들이 지칠 수도 있어서,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이야기들,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한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는데, 이 책에는 많은 사례들과 예시들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더 늘었다. 밑줄을 쫙쫙 그어가며 읽는 맛이 있다. 안 그래도 학생들 사이에서 <이야기보따리>로 통하는데 그 면모가 더 키워진 것 같아 뿌듯하다.




사실 협상이라는 주제가 모두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협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누구는 득을 보고, 누구는 실을 보는 느낌이라서, 나 같은 평화주의자에게 협상이라는 단어는 살짝 불편한 감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협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바뀌었다. 삶의 80%는 협상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일과 사랑, 그리고 사람 관계에서도 쉴 새 없이 일어나는 것이 협상이다. 따라서 <협상>이라는 단어에 대해 나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은 어쩌면 내 삶에서도 정말 중요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도 살면서 꾸준히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이고, 
협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내 가이드가 되어줄 책, <협상의 기술>.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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